[뉴욕 = 장도선 특파원] 페이스북이 추진해온 암호화폐 리브라가 각국의 규제 장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당초 계획을 크게 수정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언론에 따르면 리브라 네트워크는 이날 백서를 통해 복수의 스테이블코인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의 방향 전환을 발표했다.

페이스북 주도로 지난해 결성된 리브라협회는 당초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달러와 유로 등 여러 명목화폐들의 바스켓으로 지지 받는 하나의 스테이블코인 리브라 발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백서에 의하면 리브라 네트워크에서 사용될 복수의 코인들은 미국 달러와 유로 등 개별 명목화폐에 의해 각기 별도로 지지 받게 된다. 이는 각각의 스테이블코인들이 달러와 유로 등 기존 명목 화폐를 하나씩 대변하는 디지털 버전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복수의 스테이블코인에 의해 지지 받는 하나의 코인을 만드는 작업도 계속 추진된다.

리브라 네트워크에 허용될 다양한 스테이블코인들의 용도는 사용 사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자회사 칼리브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틴 카탈리니는 단일 명목화폐로 지지 받는 스테이블코인들은 해당국 소비자들의 일상 구매에 보다 적합하며 여러 스테이블코인들의 지원을 받는 리브라코인은 국제 송금에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브라협회는 스위스 금융규제당국(FINMA)에 결제 시스템 라이선스를 신청했으며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머니 서비스 비즈니스(money services business) 등록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브라협회의 정책 헤드 단테 디스파르테는 리브라 네트워크 출시를 위해 2020년 말 준비 완료라는 일정을 향해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20억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지난해 리브라 출시 계획을 발표한 뒤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 정부와 금융 규제 당국들은 리브라가 기존의 통화시스템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 표명과 함께 적극적 규제 의지를 피력했다.

급기야 리브라협회와 페이스북은 규제 승인을 받을 때까지 리브라 출시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리브라협회의 프로젝트 변경이 규제 당국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리브라 프로젝트 변경은 당국의 승인을 획득하고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길을 닦게 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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