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암호화폐 시장, 규제만 해결되면 한국도 기회가 있습니다.”

김성아 한빗코 대표는 지난해 한국블록체인협회 거래소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면서,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화에 앞장서 온 인물 중 하나다. 김 대표는 파생상품 트레이더 출신으로, 국내 최초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에서 PM(Product Manager)으로 활동하며 암호화폐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한빗코 거래소 대표와 협회 거래소 운영위원장을 동시에 맡으며, 암호화폐를 제도화로 끌어들이기 위해 산업과 정부 간 소통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했다. 지난해 11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의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통과가 그에게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빗코 본사에서 김성아 대표를 만나봤다.

– 작년부터는 한빗코를 직접 이끌어왔다. 2019년 한 해 동안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정직하게 거래소를 운영했고, 그래서 시장에서 신용을 지켰던 것이다. 이 점이 점점 빛을 발하는 것 같다. 2019년 한빗코는 제도권이 요구하는 보안 자격을 갖췄고, 단기적 수익을 쫓지 않았다. 특히 투기를 조성하는 자극적인 마케팅을 절대 하지 않았다.”

– 거래소 사업 모델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대안이 뭐였나.

“크게 두 가지다. 커스터디(암호화폐 수탁 서비스)와 금융상품 출시다. 특히 베타 버전으로 출시한 ‘커스터디’는 지금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 대상이 ‘임산부’다. 콘셉트가 생애 첫 내 아기를 위한 암호화폐 지갑이다. 이 지갑에 토큰을 넣어두고,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또는 크립토 투자에 참여함에 따라 수익을 볼 수 있는 앱이다. 현재 21만 계정이 생성됐다. 특히 암호화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하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금융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한빗코는 특히 파생상품이나 트레이더 등의 경력을 지닌 전통 금융 출신들이 모여 만들어진 곳이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불닥스도 이러한 취지에서 나온 첫 번째 암호화폐 금융상품이다.”

– 암호화폐는 현재 무법지대다. 그래서 암호화폐 금융서비스가 가능한 것인가.

“암호화폐는 법적 지위가 없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는 ‘온라인 쇼핑몰’과 유사한 법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다. 불닥스도 온전히 암호화폐만을 다루는 서비스다. 한빗코는 불닥스를 시작으로 크립토 금융 플랫폼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앞으로는 거래소들이 매매중개수수료만이 아닌 다른 가치를 창출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갈 것이다. 기존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한국 증권사만 60~70개다. 현재 매매중개수수료는 거의 제로다. 주식거래 중개가 아닌 다른 가치를 만들어가는 증권사들을 보며 크립토 거래소들도 벤치마킹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슈가 있다면.

“당연히 특금법이다. 통과되기 전까지 계속 진행 사항을 전화로 들었다. 정회가 이어지고, 중간에 특금법 관련 별도의 논의가 시작됐다는 소리를 듣고 진짜 마음을 졸였다. 통과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울컥했다.”

– 특금법,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규제 틀에 들어오게끔 하는 출발이라고 본다. 암호화폐 거래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초반에 거래소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원화’와 관련이 있고, 그 채널을 관리하는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규제 당국은 국내 대형 기업이 블록체인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과 암호화폐를 둘러싼 지갑 등 여러 서비스 기업들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 모든 기업들을 한 번에 통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일단 암호화폐 거래소부터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거래소 관련 규제가 나오는 데 2년이 걸렸다. 이제 제도화가 출발선에 섰다. 이 문제가 풀리면 암호화폐 시장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기회가 있다.”

– 국내 크립토 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보는 이유는.

“한국이 암호화폐 금융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저력을 2017년에 봤다. 정부 규제 이전, 전 세계 거래소 중 거래량이 한국이 제일 많았던 때다. 한국은 암호화폐 관련 교육 등이 잘 돼 있다. 즉, 누가 시켜서 암호화폐 시장에 투자하거나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기 복잡한데, 스스로 사용법을 찾아 가입하고 투자한다. 이 쪽 시장에서 한국인들은 얼리어답터였다. 이러한 국민성은 찾기 힘든 사례다. 폭발적인 반응에 한국으로 진출하려던 해외 기업들도 많았다.”

– 하지만 ‘정부 눈치 보기’ 때문에 디파이나 암호화폐 금융 서비스가 현재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제 디파이에 불붙은 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이보다 3년 늦은 건 맞다. 한국이 과도기에 들어와 있다. 그래서 어떤 정책을 도입하고, 어떤 다음 방향을 취하느냐가 중요한 시기다.”

– 그래서 특금법 진전이 없는 것이 답답하지 않은가. 2020년에 가장 기다리고 있는 것이 ‘제도화’인가.

“안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회일 수 있다. 앞서 제도화를 시작한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을 보면서, 배우면 된다. 미국에서 잘 됐던 사례, 일본에서 잘 안됐던 사례 등을 보면서 취할 점들을 취하면 된다. 그래서 해외 상황들을 잘 전달해야 한다.

다만, 이는 의지에 달려있다. 이제 규제가 만들어지는 지금 이 시기가 중요하다. 올해는 규제만은 꼭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야 디파이나 암호화폐 금융 서비스 측면에서 새롭게 패러다임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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