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원·달러 환율이 최근 미·중 무역분쟁 완화로 하락세를 띄자 이번엔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애가 타고 있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주식에 투자하면서 환율이 하락한 만큼 환손실도 커지고 있어서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0원 내린 1160.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11일 마감 환율인 1194.7원과 비교하면 불과 열흘도 안돼 2.8% 넘게 떨어진 것이다.

이는 지난 8월 연고점이자 2016년 3월2일(1227.5원) 이후 3년5개월래 최고치였던 1222.2원에 비해서는 무려 5%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앞서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협상 합의 소식이 알려진 지난 13일엔 환율이 하루새 1.27%나 급락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낙폭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미·중 무역분쟁 완화로 하락세를 띄자 이번엔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애가 타고 있다. 환율 시황판. [사진=조성우 기자]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가 되면 통상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 수급이 좋아진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가 강세일수록 환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반면 해외주식을 산 국내 투자자들은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하는 만큼 환율 하락이 악재가 된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등 해외주식 투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무역분쟁 등 각종 대외 이슈 탓에 올해 국내 증시가 살얼음판을 걸었던 반면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고점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 46억7천501만달러 수준이던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잔액은 전일 기준 82억1천980만달러로 75% 급증했다. 아무리 미국 증시가 호황이어도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추세가 될 경우 국내 투자자들은 수익을 거두기 어려워질 수 있단 얘기다.

그나마 약정된 환율로 거래하는 ‘환헤지’ ETN(상장지수채권)이나 ETF(상장지수펀드)는 환율 하락 리스크를 비껴갈 수 있지만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한 경우는 하락분을 그대로 감수해야 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1단계 합의를 계기로 무역분쟁 이슈가 완화되면서 환율이 하락 사이클에 올라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잦아든 만큼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의 수요 감소는 예측이 가능한 시나리오란 것이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중 합의로 시장의 불안심리는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며 “지난 1년6개월 간 ‘무역분쟁 불확실성=달러화 강세’를 투영해 온 시장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 자체만으로 달러화의 약세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달 해외 주요 13개 증권사의 전망치에 따르면 내년 원·달러 환율은 1160원대가 예상되지만 최근 수급 측면에서 무역흑자 확대 등에 따라 완만하게 하락하며 1100원대 중반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수연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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