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연말이면 찾아오는 대출 재갱신. 오늘까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2년 전만 해도 오전 반차를 냈어야 했다. 주민등본부터 소득서류, 재직서류 등 떼야 하는 서류만 십 여장이다. 동사무소에 들려 복잡한 종이 서류들을 발급받고 은행까지 가려면 오전 내내 서둘러야 했다. 올해는 다르다. 휴대폰만 있으면 몇 분 내에 끝낼 수 있다. 휴대폰에 저장된 ‘모바일 신분증’과 ‘모바일 정보지갑’만 이용하면 1분이면 대출 갱신 신청을 할 수 있다. 모바일 신분증으로 신원 인증을 하고, 전송할 은행을 선택해 정보지갑에서 필요한 필수 서류들을 클릭한다. ‘보내기’ 클릭. 전송되는 시간 몇 초면 대출갱신이 완료된다.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월급날. 출장이 잦은 나에겐 원화보다 암호화폐가 훨씬 편하다. 오늘처럼 타지에 있어도 코인만 있으면 아이들 용돈을 바로 보내고, 수도세나 전기세도 제 때 납부할 수 있다. 회사 월급이 들어오는 지갑 앱을 열어 오늘까지 내야 할 공공요금 지갑 주소로 코인을 전송한다.

귀국 비행기 탑승 전, 면세점 내 초밥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회사와 제휴를 맺은 식당이라 월급으로 받은 코인 결제가 가능하다. 휴대폰에서 월급 전용 지갑을 열어 바코드만 보여주면 된다. 이제 모든 앱을 종료하고, 여권 앱을 열어 디지털 여권과 모바일 비행기 티켓만 오픈하면 된다.

블록체인 기술이 구현된 휴대폰은 ‘나’에 대한 모든 정보가 녹아든 만능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스스로 설정한 비밀번호 및 OTP(일회용 비밀번호), 지문인식 등으로 나를 인증한다면, 앞으로는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신분증(분산ID)’이 적용된다. 또 휴대폰에 탑재된 ‘모바일 정보지갑’에 공공기관 발급 증명서, 금융권의 대체 증명서, 재직, 학력, 의료, 금융 거래 정보 등을 담은 각종 전자문서도 저장 가능해진다. 서류를 인증해야 할 때마다 각 기관 및 기업에 서류를 요청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핀테크 업체 파운트와 금융결제원이 분산ID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공동 제안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됐다. 금융회사나 공공기관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고객 실명확인 후 분산ID를 발급받아 휴대폰 내 정보지갑에 저장해 신원인증이나 금융서비스에 활용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어진다. 디지털 화폐는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전자적 화폐다. 디지털 형식의 화폐를 저장할 수 있는 보안이 강력한 디지털 화폐용 지갑을 우리는 보유하게 된다. 결제나 송금부터 디앱들을 사용해 주고받는 코인과 토큰들을 보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갤럭시S10에 ‘삼성 블록체인 월렛’을 탑재한 것이 그 시초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