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자산 매입을 통한 통화공급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8일(현지시간) 연준이 조만간 대차대조표 확대를 시작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한 뒤 대차대조표 확대 방법에 대해서는 수일 뒤 설명이 있겠지만 국채 매입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은 앞으로 시행될 대차대조표 확대 조치는 금융위기에 맞서 시행됐던 양적완화(QE)와는 분명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달 발생했던 단기 자금 시장의 경색 현상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QE와 같은 성격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암호화폐시장의 많은 분석가들, 특히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가 새로운 가치 보존 수단으로 지목되는 비트코인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통화 공급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달러 등 전통적 통화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자산 운용사 이키가이(Ikgai)의 투자 책임자(CIO) 트래비스 클링은 파월 의장의 발표가 나온 뒤 트위터에 “QE4(4차 양적완화)를 환영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비트코인은 통화 및 재정정책의 무책임성에 대한 보험정책”이라고 적었다.

아직 역사가 짧은 비트코인이 전통적 안전자산이자 가치 보존 수단인 금처럼 통화공급 확대 환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완전 해소된 것은 아직 아니다. 최근 금융 혼란과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금이 두각을 보인 데 반해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서의 존재감을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가치저장 및 안전자산으로 입지를 굳힐 조건들을 구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와이스 크립토 레이팅스의 후안 빌라베르데 에디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보관 비용이 없고 정부에 의한 조작이 불가능하며 보유와 구매를 위한 거래상대방(counterparty)의 참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서의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에크(VanEck)의 디지털 자산 전략가 가보르 구르바크스도 최근 트위터에서 “비트코인의 내구성, 희소성, 프라이버시는 비트코인의 통화가치 보존에 기여한다”면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횡보 장세를 연출하던 비트코인이 9일 오전부터 가파른 상승 랠리를 전개한 것과 관련,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 방침이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시간 9일 오후 2시 36분 비트코인은 코인마켓캡에서 전일(24시간 전) 대비 4.75% 오른 8615.79달러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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