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속 금이 전통적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는 데 반해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으로서의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반된 행보를 펼치고 있다.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비트코인이 경기 침체기에 새로운 위험 헤지 수단으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해 왔다.

미국 경제를 둘러싼 침체 우려는 이번 주 본격화 되는 모습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는 47.8로 8월의 49.1 보다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 지수가 50 아래로 내려가면 경기가 수축되고 있음을 가리킨다.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위험 자산인 미국 증시도 타격을 받았다. 뉴욕 증시는 3일 모처럼 반등했지만 주 초반에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비해 금값은 10월 들어 계속 상승흐름을 나타냈다. 이틀 전 온스당 1470달러선에 거래됐던 금 선물은 3일 장중 한때 1520달러를 넘어섰다. 비트코인은 8000달러 조금 넘는 수준에서 정체된 모습이다.

*비트코인 최근 7일 가격 추이 (뉴욕 시간 3일 오후 2시 57분 현재)

출처: coinmarketcap.com

코인데스크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비트코인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주장과 대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상황은 비트코인이 공격적 통화 확장기 새로운 가치저장 수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견해와도 어긋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금리 인하와 함께 자산매입프로그램 재개를 발표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통화 확장정책 시행에도 비트코인이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것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부에선 비트코인이 안전자산과 가치 저장 수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짧은 역사와 연결해 설명한다. 금융위기 이후 탄생한 비트코인이 지금까지 안전자산과 가치저장 수단임을 검증할 기회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코인데스크는 하지만 암호화폐세계에 전통적 투자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는 안전자산으로서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주권 국가 통화와 연결돼 있지 않아 외부 영향을 덜 받으며 본질적으로 공급이 줄어드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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