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불투명한 규제 속에 블록체인에 대한 열기가 꺾인 요즘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인터넷 혁명과 비슷하다. 인터넷은 버블이 사라진 후 오히려 아마존과 애플, 구글 등을 중심으로 IT기술이 발전했다. 코인에 대한 환상과 환멸이 사라진 지금이야말로 블록체인의 본질을 논의하고, 이상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에 맞춰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행사인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가 오는 27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린다.

메인 행사인 디파인 컨퍼런스는 닉 자보와 아담 백, 데이비드 차움 등 레전드급 인사를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가 크다. 암호학계의 대부로 불리는 이들이 동시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물론 같은 무대에서 의견을 나누는 것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디 파인 컨퍼런스에서 거장들이 풀어낼 이야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 비트골드와 스마트콘트랙트 창시자 ‘닉 자보’ 

(사진=닉 자보 Nick Szabo)

닉 자보는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분야의 선구자로 꼽힌다. 닉 자보는 디지캐시에 합류한 적이 있는데 중앙기관에 의해 화폐가 발행되는 시스템에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1994년 중개자 없이 결제하는 비트골드 논문 초안을 만들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비트골드(Bit Gold)는 금처럼 일정한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되, 디지털 통화처럼 보안이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닉 자보의 비트골드 논문 초안은 비트코인 백서와 매우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닉 자보가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닉 자보의 또 다른 업적은 스마트컨트랙트다. 그는 블록체인의 한 축인 스마트컨트랙트의 용어와 개념을 만들어 블록체인 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닉 자보 역시 블록체인 기술과 사회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컴퓨팅 기술 발달과 무어의 법칙이 사람들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스마트컨트랙트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스마트컨트랙트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보이지 않는 백오피스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사용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닉 자보는 30일 오전 ‘스마트 컨트렉트는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에 발표할 예정이다.

◆ 작업증명(POW) 고안한 아담 백의 비트코인은

(사진= 아담 백 Adam Back)

아담 백(Adam Back) 블록스트림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 역시 암호화폐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1997년 프루프 오브 워크(Proof of Wok)라는 작업 증명을 이용한 해시 캐시(Hashcash)를 고안해 암호화폐 발전에 공헌한 인물이다. 해시 캐시는 원래 스팸메일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토콜인데 사토시는 이를 비트코인 작업 증명에 활용했다.

아담 백은 블록스트림 CEO로서 비트코인 네트워크 활성화에 주력하며 정통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한 위성을 소개했다. 그는 “아랍이나 아프리카처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터넷 연결이 쉽지 않다면 블록스트림 위성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개발 이유를 밝혔다.

1일 첫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아담 백은 ‘비트코인 2.0 사이드 체인’에 대해 소개하고 비전을 밝힐 예정이다.

◆ 암호학의 아버지, 데이비드 차움이 복귀한 이유 

(데이비드차움(David Chaum ))

데이비드 차움도 암호학과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1982년 블라인드 서명을 사용해 추적 불가능한 디지털 통화 이캐시(E cash)를 만들었다. 이후 디지 캐시(Digi Cash)를 설립해 도이체방크, 마이크로소프트, 비자카드 등 글로벌 대기업과 파트너 협약을 맺는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용자들이 이캐시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는 인터넷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사람들이 디지털 통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때다.

데이비드 차움은 닛케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블록체인과 기술에 익숙한 사회,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 등의 조합이 완벽하게 형성되고 있다”며 “30년이 지난 지금, 사용하기 쉬운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전 세계에 보급하고 싶다는 마음에 업계 복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차움은 1일 오전 기조연설을 통해 블록체인의 트렐레마, 보안과 확장성 속도를 해결할 프로젝트 엘릭서를 소개하고 비전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디파인 컨퍼런스에는 이더리움의 공동설립자 비탈릭 부테린과 개빈우드 현 폴카닷 설립자, 실비오 알고랜드 창립자도 강연에 나서며, 정치와 경제, 금융 등 업계 안팎의 리더와 전문가들이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통찰력을 공유하는 자리가 이어질 예정이다. 팩트블록 관계자는 “가치를 만드는 블록체인의 본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업계 구루와 리더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통찰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파인 콘퍼런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와 참가 신청은 디파인 공식 웹사이트(koreablockchainweek.com)에서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