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해외 거래소 잇단 투자
당국, 지배구조 분산 요청에도 부합
한국투자증권·OKX 코인원 투자
거래소 주주 구조 금융권 중심 재편
대주주 지분 규제 논의는 변수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전통 금융권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업계 주주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가분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거래소들은 금융사와 글로벌 사업자를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하며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률적인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거래소의 경우 금융사나 빅테크 기업과 상당수 지분 매각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획일적인 지분 보유 한도가 적용될 경우 기존 투자 계획이나 인수·합병(M&A)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투자로 코인원의 주주 구성에도 변화가 생기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약 20%의 지분을 확보하며 차명훈 코인원 대표(30.36%)와 컴투스홀딩스(24.54%)에 이어 주요 주주로 올라선다.
여기에 같은 시기 19.6%의 지분 투자를 결정한 OKX까지 합류하면서 코인원은 전통 금융권과 글로벌 거래소를 핵심 주주로 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이번 지분 유치에 대해 차명훈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전통 금융권 대형 증권사와 글로벌 거래소를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며 “단순한 기업가치보다 코인원의 미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택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전통 금융 품는 거래소들
코인원 사례처럼 최근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은 적극적으로 전통 금융과 해외 거래소의 지분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규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기관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며, 글로벌 유동성과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최근 수개월 사이 주주 구성이 전통 금융권과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하나은행은 최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던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며 4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어 삼성증권, 삼성SDS, 삼성카드가 합산 4%가량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삼성 계열 3사도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기존 전략적 투자자인 한화투자증권과 우리기술투자까지 포함하면, 두나무의 주주 구조는 특정 IT·플랫폼 기업 중심에서 은행·증권·카드사를 아우르는 전통 금융권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
고팍스와 코빗 역시 각각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와 미래에셋을 최대 주주로 맞이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지분 구조가 글로벌 플랫폼과 대형 금융그룹 중심으로 재편되는 배경에는 최근 금융당국의 ‘금가분리 완화’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과 디지털자산의 분리(금가분리)는 2017년 말 정부가 발표한 ‘가상자산 긴급대책’ 이후 관행으로 굳어진 규제 기조다.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 보유·매입·담보 취득·지분투자 등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 성격이었음에도 그간 금융권 전반에 강력한 규제로 작용해왔다.
금가분리 완화 속 일률 지분 제한은 부담
하지만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제한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최근 금융권의 거래소 지분 인수 확대는 금융당국이 추구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이다. 은행과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가 거래소 주주로 참여할수록, 특정 대주주의 지분이 자연스럽게 희석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는 기존 감독 체계 안에 있는 은행과 증권사들이 거래소 주요 주주로 들어오는 것이 부담스러운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라며 “거래소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대주주 집중도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금융회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건전성 규제, 내부통제 등 다양한 감독 장치 아래 있는 만큼, 당국으로서도 관리·감독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금가분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디지털자산 제도화 입법이 추진되는 등 상황이 달라진 만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답하며, 금가분리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당국이 검토 중인 대주주 지분 상한선이 20% 수준으로 정해질 경우, 바이낸스와 미래에셋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고팍스와 코빗의 지배구조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 초과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거나 다른 투자자에게 분산 처분하는 방식의 지분 조정이 불가피하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지분을 인수한 금융권과 해외 거래소들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향후 입법 과정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대주주 지분 상한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면 실효성은 낮고, 오히려 투자 위축과 시장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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