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중동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과 이란 간의 막판 대화가 구체적인 4단계 로드맵 조율 단계에 진입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초기 단계에 이란에 제공할 ‘경제적 보상(자산 동결 해제)’ 시점을 두고 완강히 맞서며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현지시각) CNN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이란 협상 사정에 정통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양국 대화의 가장 큰 걸림돌(Sticking point)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보상’ 항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합의보다 훨씬 강력한 조건을 원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진단이다.
이란이 던진 ‘4단계 로드맵’… 호르무즈 해제부터 핵 협상까지
이란 국영 파스뉴스(Fars News) 등을 통해 공개된 이란 측의 ‘4단계 대미(對美) 합의 계획’은 단계별 이행 조치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먼저 1단계는 미국과 이란, 그리고 이른바 ‘저항의 축(프록시 세력)’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전면적이고 포괄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2단계는 핵심 분쟁 지역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제한을 풀고 봉쇄를 해제하는 한편, 이란산 석유 수출 제한 및 제재를 철회하고 미국 내 이란 동결 자산 중 일부를 해제하는 경제적 조치들로 구성됐다.
이러한 전제 조건들이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형태로 이행되면, 3단계에서 가장 중대한 핵심 이슈인 제재 완화 전반과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본격적인 확장 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마지막 4단계는 합의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각 당사국의 준수 여부를 추적하고 감시할 ‘공동 감독 위원회’를 설치하는 구조다.
“선(先) 보상 하라” 이란 vs “미래 핵 협상 지렛대 상실 우려” 미국
구체적인 로드맵이 도출됐음에도 협상이 공전하는 이유는 ‘돈’이 풀리는 타이밍 때문이다. 이란 측은 중재국들을 통해 “양국이 본격적인 합의에 앞서 ‘예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즉시, 어떤 형태로든 실질적인 경제적 보상이 먼저 집행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나중으로 보상을 미룰 수 없다는 배수진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은 단호하다. 협상 초기 단계부터 이란의 묶인 돈을 풀어줄 경우, 그동안 제재와 전쟁으로 이란에 가해진 경제적 타격이 단숨에 회복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이 쥐고 있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레버리지)를 초반에 상실하면, 향후 3단계에서 다루어야 할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라는 본질적인 핵심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게 된다는 계산이다.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 “오바마의 실패 반복 않겠다”
여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고유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이번 합의는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 체결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단호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지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에 경제 보상을 제공했던 것을 두고 자신이 “대규모 현금 다발을 갖다 바쳤다”고 맹비난했던 만큼, 이번 협상에서 이란에게 끌려다니며 선제적으로 자금을 내어주는 듯한 인상을 절대 주지 않겠다는 의지다.
CNN은 외교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양측이 ‘레버리지 유지’와 ‘즉각적 재정 확보’라는 명분을 두고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며 “결국 3단계 핵 협상으로 넘어가기 전, 트럼프 행정부의 체면을 살리면서도 이란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우회적 보상 방식이 도출되는지가 이번 종전 협상의 최종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