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뉴욕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이 거센 매도 압력에 휩싸이며 시가총액 2조3000억달러선이 무너졌다. 비트코인이 6만4000달러대까지 밀리며 3거래일 연속 급락한 가운데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하락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 대규모 롱 포지션 청산이 동시에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모습이다.
3일(현지시각) 코인마켓캡 기준 전체 디지털자산 시가총액은 2조2800억달러로 24시간 동안 2.61% 감소했다. CMC20 지수는 134.51로 2.45% 하락했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57.9%까지 상승하며 시장 하락 국면에서 자금이 상대적으로 비트코인에 집중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반면 얼터너티브 탐욕·공포 지수는 25를 기록하며 ‘공포(Fear)’ 구간에 진입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동반 급락…주요 코인 약세 확대
비트코인(BTC)은 6만4768.06달러에 거래되며 전일 대비 4.07%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13.72% 급락하며 지난 4월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시가총액은 1조2900억달러 수준으로 축소됐다.
비트코인은 지난 3일 동안 약 8000달러 하락했다. 코인마켓캡과 크립토슬레이트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현재 2월 저점 이후 형성된 핵심 지지구간인 6만6900~6만8000달러 아래로 이탈한 상태다.
이더리움(ETH)은 1775.38달러로 24시간 동안 6.81% 하락했고 최근 7일간 12.19% 떨어졌다. 시장 전반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비트코인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엑스알피(XRP)는 1.20달러로 0.85% 하락했고, 솔라나(SOL)는 72.26달러로 3.43% 내렸다. 도지코인(DOGE)은 0.092달러로 1.19% 하락했으며 트론(TRX)은 0.333달러로 0.33% 밀렸다.
알트코인 시장도 위축…월드코인·하이퍼리퀴드만 강세
대부분 알트코인이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일부 종목은 차별화된 흐름을 나타냈다.
하이퍼리퀴드(HYPE)는 73.32달러로 전일 대비 5.09% 상승했고 최근 일주일 기준 22.07% 급등하며 상위권 종목 가운데 가장 강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월드코인(WLD)도 0.53달러로 31.24% 급등하며 시장 약세 속에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렌더(RENDER) 역시 2.14달러로 3.32% 상승했다.
반면 솔라나(-3.43%), 바이낸스코인(-4.83%), 도지코인(-1.19%), 엑스알피(-0.85%) 등 주요 알트코인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코인마켓캡의 알트코인 시즌 지수는 54를 기록해 알트코인과 비트코인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으나 최근에는 알트코인 낙폭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동 긴장·금리 상승·ETF 자금 유출…매도 압력 복합 작용
시장 하락의 배경으로는 거시경제 변수와 디지털자산 고유 악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우선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WTI는 배럴당 96달러 수준까지 상승했고 브렌트유도 98달러에 근접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되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5%를 향해 상승했고 30년물 금리는 5%에 접근했다.
ADP 민간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강하게 발표되면서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사실상 접는 분위기다. 이는 위험자산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디지털자산 시장 내부적으로는 현물 ETF 자금 유출이 지속됐다. 비트코인닷컴은 지난 2일 하루 동안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 5억1900만달러가 순유출되며 12거래일 연속 자금 유출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여기에 대규모 청산까지 발생했다. 비트코인에서만 약 5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됐으며 이 가운데 4억3700만달러가 롱 포지션이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 청산 규모는 이틀 연속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스트래티지 비트코인 매각 여파도 투자심리 압박
시장에서는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일부 매각도 악재로 해석되고 있다.
스트래티지는 최근 우선주 배당금 지급 재원 마련을 위해 비트코인 32개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규모 자체는 약 250만달러로 크지 않지만 시장이 수년간 믿어왔던 ‘절대 팔지 않는다(Never Sell)’는 상징성이 깨졌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크게 흔들었다.
코인데스트는 “시장은 현재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84만3000개 비트코인보다 향후 추가 매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NS에서는 스트래티지 이슈 외에 다른 원인도 제기됐다.
알리스테어 밀른(Alistair Milne) 디지털자산 투자자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관된 디지털자산 물량이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시장에 대거 출회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비트코인에서만 나타나는 지속적인 매도 압력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이란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노비텍스(Nobitex)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 “6만8000달러 회복 여부가 핵심”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비트코인이 중대한 기술적 분기점에 놓여 있다고 분석한다.
디지털자산 전문매체 크립토슬레이트는 “비트코인은 현재 6만6900달러 결정 구간에 위치해 있다”며 “6만8000달러를 회복할 경우 반등 시나리오가 살아나지만 6만6900달러 지지선마저 붕괴되면 6만1700달러와 6만달러 테스트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매체는 이어 “이번 하락은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라 ETF 자금 유출과 금리 상승 그리고 시장 포지셔닝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숀 스나이더 포토맥펀드매니지먼트 경제전략가 역시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유지되고 있어 연준이 금리를 쉽게 내리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위험자산에 대한 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 하락은 더 클 수 있다” vs “고래 매수 대기”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2022년 비트코인 1만5000달러 바닥을 정확히 예측했던 마이클 XBT 트레이더는 X에 “다음 비트코인 하락은 매우 충격적일 것”이라며 “10년에 걸친 대형 상승 쐐기 패턴이 붕괴될 경우 시장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비트코인 약세장을 주장하며 6만달러 아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고래 투자자들의 매수 대기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립토리뷰잉(CryptoReviewing) “최근 6만5300~7만4000달러 구간에서 대규모 고래 포지션이 청산됐다”며 “현재 5만9000~6만5000달러 구간에 대형 매수 주문이 쌓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6만7000~7만달러 구간에도 새로운 매수 관심이 형성되고 있어 단기 반등 시 해당 구간이 주요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포 심리 극단으로 이동…변동성 확대 국면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비트코인닷컴 공포·탐욕 지수는 11을 기록하며 ‘극도의 공포(Extreme Fear)’ 단계에 진입했다. 코인마켓캡의 얼터너티브 탐욕·공포 지수 역시 25를 기록하며 공포 구간을 나타냈다.
비트코인이 3일 만에 10% 급락하고 대규모 롱 포지션 청산이 발생하면서 시장은 단기적으로 극도의 위험회피 국면에 진입한 모습이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극단적인 공포 구간은 종종 중장기 투자자들에게 매수 기회로 작용하기도 했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6만6900달러 지지선 방어 여부와 6만8000달러 회복 가능성 그리고 이번 주 발표될 미국 비농업고용지표에 집중되고 있다. 해당 지표가 금리 전망을 다시 흔들 경우 디지털자산 시장의 변동성 역시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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