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 증시 상승세에 발맞추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의장이 비트코인을 매도했다는 소식부터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가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그러나 글로벌 대형 투자회사 찰스슈왑(Charles Schwab)의 디지털자산 연구·전략 부문 총괄인 짐 페라이올리(Jim Ferraioli) 이사의 진단은 훨씬 단순하다. 비트코인이 시장을 주도하던 ‘모멘텀(상승 동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페라이올리 이사는 3일(현지시각)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사실상 지난 10월부터 약세장에 진입했다”며 “상황을 너무 단순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지금 현상은 그것이 전부”라고 분석했다.
호재 가득한 코인 시장, 왜 못 오르나… “돈이 AI·IPO로 이동”
지난 1년간 가상자산 시장에는 호재가 잇따랐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됐고, 월가의 기관 자금 수십억 달러가 유입됐으며,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도 규제 명확성을 위한 입법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폭발적인 랠리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페라이올리 이사는 그 이유로 ‘자금의 이동’을 꼽았다. 비트코인을 밀어 올리던 투기성 자금이 최근 급부상한 다른 테마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그는 “올해 2월 초 저점을 다진 후 대형 자산운용사의 ETF 출시가 성공하면서 기관 도입 서사가 다시 힘을 받는 듯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랠리 때와 달리, 이번 반등은 시장 전반의 투기적 광풍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멈춰 섰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철저히 모멘텀을 쫓아 움직이는데, 현재 시장의 모멘텀이 코인 시장을 떠났다는 지적이다.
현재 자금이 몰리는 대표적인 곳은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金)’과 금융 시장의 최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관련주다. 특히 AI 인프라, 데이터 센터, 첨단 컴퓨팅 기업들이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오픈AI(OpenAI)나 앤스로픽(Anthropic) 같은 거물급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전망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다.
진화하는 코인 플랫폼이 오히려 독(毒) 됐다
여기에 가상자산 기반의 거래 인프라가 고도화된 점도 역설적으로 비트코인에는 악재가 됐다.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DEX)들이 비상장 주식이나 원자재 등 비(非)코인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무기한 선물을 도입하면서, 코인 투자자들이 플랫폼을 떠나지 않고도 AI 관련 사모 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은 이제 다른 알트코인들과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거시 시장의 모든 매력적인 투기 서사들과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마이클 세일러의 비트코인 매도(32 BTC) 영향에 대해 페라이올리 이사는 “그가 절대 팔지 않을 것이라던 시장의 믿음 깨진 것은 맞지만, 이번 매도 자체가 하락을 주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시작된 하락 트렌드에 그럴듯한 핑계가 붙은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여전히 개인 주도 시장… 본전 심리와 여름 비수기도 발목”
그는 ETF 출시로 기관 투자자가 대거 유입됐다는 환상도 경계했다. 기관의 참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비트코인 시장은 여전히 개인 투자자와 모멘텀을 쫓는 트레이더들이 지배하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장기 가치 평가 모델이 아닌 유행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최근 고점에서 ‘본전’을 찾은 투자자들이 추가 매수 대신 시장을 빠져나가는 ‘매물벽’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가상자산 명확성 법안(Clarity Act) 등 규제 정비가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되겠지만, 당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거래량이 줄어드는 ‘여름철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점도 비트코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페라이올리 이사는 “시장에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매력적인 대안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굳이 지금 비트코인을 사야 할 이유가 부족하다”며 “현재 비트코인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규제나 거시경제, 혹은 세일러의 매도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쫓아갈 ‘더 재미있는 다른 타깃’이 생겼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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