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과 이란이 휴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군사 충돌을 벌이면서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유가는 배럴당 95달러를 넘어섰고 금융시장도 평화협상 좌초 가능성을 반영하며 흔들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3일(현지시각) 밤사이 군사 공격을 주고받으며 지난 4월 휴전 발효 이후 가장 심각한 충돌을 벌였다.
이번 교전 과정에서 쿠웨이트와 바레인이 사실상 충돌의 무대가 됐다.
블룸버그는 최근 수일 동안 긴장이 빠르게 높아졌으며 특히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미국·이란 간 평화협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은 현재 휴전을 두 달 연장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방향의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세부 조율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2일 이란으로 향하던 빈 유조선을 공격했다. 이후 미군은 곧바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란은 바레인에 위치한 미국 해군 제5함대 기지와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를 공격했다. 상업용 선박을 향해서도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웨이트 민간공항은 별도 공격을 받아 최소 1명이 사망했고 상당한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공항 운영도 수시간 중단됐다. 이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케슘(Qeshm)섬의 통신시설을 타격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은 상선을 향해 날아오는 이란 드론을 격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역내 시설을 공격한다”며 “미군 보호를 위해 드론뿐 아니라 발사 주체까지 타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이란 유조선 공격과 케슘섬 공격이 쿠웨이트와 바레인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두 국가 지도부가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해 “직접적이고 명백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쿠웨이트는 즉각 이를 부인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쿠웨이트 정부는 공항 공격에 항의하며 이란 외교관 2명을 추방했다. 중동 산유국들과 이란 간 외교적 긴장도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레바논 문제는 평화협상의 또 다른 변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종료 조건을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공격을 계속하기 원하지만 이란은 레바논 휴전 역시 미국과의 중간 합의 조건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베이루트 공격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공개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해당 통화 중 욕설을 사용한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네타냐후가 계속 레바논과 싸우고 있는 것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역사상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친구”라고 말했다.
양측 협상은 여전히 복잡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협상단은 휴전 합의가 체결될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을 완전히 보장할지 여부를 놓고 협상 중이다. 이란은 또 카타르 등 해외에 동결된 수십억달러 규모 자금의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보유 중인 고농축 우라늄을 폐기하거나 중국 등 제3국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현재 이란의 핵무기 개발 위험성이 오히려 1년 전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시작했을 당시보다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번 충돌 소식에 국제유가는 즉각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5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증시는 하락했고 국채금리는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중동 긴장 고조가 평화협상 타결 가능성을 낮추고 에너지 가격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