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 원유 재고가 한 주 만에 800만배럴 줄었다. 정유시설 가동률은 94.7%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석유제품 수요도 지난해보다 늘었다. 다만 휘발유와 중간유분 재고가 동시에 증가해 여름 드라이빙 시즌 수요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3일(현지시각)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5월29일로 끝난 주간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전주보다 800만배럴 감소한 4억3370만배럴을 기록했다. 전략비축유(SPR)를 제외한 수치다.
EIA에 따르면 현재 미국 원유 재고는 이 시기 최근 5년 평균보다 약 3% 낮다. 원유 재고가 계절 평균을 밑돌고 있다는 점은 국제유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유사들의 원유 투입량은 하루 평균 1690만배럴이었다. 전주보다 하루 9만배럴 줄었지만 정유시설 가동률은 94.7%를 기록했다. 여름철 이동 수요를 앞두고 정유사들이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원유 수입은 크게 늘었다. 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 수입은 하루 평균 640만배럴로 전주보다 하루 120만배럴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4주 평균 수입량은 하루 590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적었다.
즉 단기적으로는 수입이 늘었지만, 4주 평균으로 보면 해외 원유 유입은 여전히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이다. 높은 정유 수요와 낮은 평균 수입 흐름이 맞물리며 원유 재고 감소폭을 키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제품 재고는 원유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EIA에 따르면 휘발유 재고는 전주보다 340만배럴 증가했다. 완제품 휘발유와 혼합용 부품 재고가 모두 늘었다. 다만 전체 휘발유 재고는 여전히 최근 5년 평균보다 약 5% 낮다.
휘발유 생산은 하루 평균 940만배럴로 감소했다. 생산이 줄었는데도 재고가 늘었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휘발유 수요가 공급 증가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간유분 재고도 전주보다 150만배럴 증가했다. 중간유분에는 디젤과 난방유가 포함된다. 재고 수준은 최근 5년 평균보다 약 3% 낮았다.
프로판·프로필렌 재고는 210만배럴 증가했다. 이 재고는 최근 5년 평균보다 39% 높아 원유·휘발유·중간유분과 달리 공급 여유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업용 석유 재고는 전주보다 260만배럴 감소했다. 원유 재고 급감이 휘발유와 중간유분 재고 증가를 상쇄한 결과다.
수요 지표는 비교적 견조했다.
EIA에 따르면 최근 4주간 미국 전체 석유제품 공급량은 하루 평균 2040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석유제품 공급량은 미국 내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대용 지표로 쓰인다.
휘발유 제품 공급량은 최근 4주간 하루 평균 880만배럴로 전년 대비 0.6% 증가했다. 증가폭은 크지 않지만 여름 드라이빙 시즌 초입에서 수요가 지난해보다 줄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중간유분 공급량은 하루 평균 360만배럴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항공유 공급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늘었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 석유시장이 단순한 공급 부족이나 수요 둔화 한쪽으로만 해석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원유 재고는 큰 폭으로 줄었고 정유시설은 높은 가동률을 유지했다. 동시에 휘발유와 중간유분 재고는 늘었다.
시장에서는 원유 재고 감소를 유가 강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휘발유 재고 증가가 소비 둔화 신호로 이어질 경우 상승폭은 제한될 수 있다. 향후 관건은 여름 드라이빙 시즌 동안 휘발유 수요가 재고 증가분을 흡수할 수 있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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