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 서비스업 경기가 5월 들어 다시 탄력을 받았다. 신규 주문과 기업 활동이 동반 확대되며 경기 확장세가 강화됐지만 유가와 연료비 상승, 관세 영향, 중동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도 함께 나타났다.
3일(현지시각)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5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5%를 기록했다. 이는 4월의 53.6%보다 0.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PMI가 50%를 넘으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5월 발표된 이번 조사에서 서비스업 PMI는 23개월 연속 확장 국면을 이어갔다. ISM은 과거 상관관계를 기준으로 이번 수치가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연 기준 약 2% 성장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활동지수(Business Activity Index)는 57.7%로 4월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4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신규 주문지수(New Orders Index)는 57.3%로 전달보다 3.8%포인트 급등했다. 최근 12개월 평균인 54.7%도 크게 웃돌았다.
응답 기업들은 계절적 수요 증가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인프라 프로젝트 확대 등을 신규 주문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18개 서비스 산업 가운데 17개 업종이 성장세를 보고했다. 도매업, 건설업, 정보서비스업, 금융·보험업, 운송·물류업, 숙박·음식서비스업 등이 성장세를 주도했다. 반면 부동산·임대업만 유일하게 위축 국면을 나타냈다.
성장세와 함께 물가 상승 압력도 다시 강해지고 있다.
ISM에 따르면 가격지수(Prices Index)는 71.3%를 기록해 2022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해당 지수는 18개월 연속 60%를 웃돌고 있으며 서비스업 전 업종이 비용 상승을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젤, 휘발유, 원유 등 에너지 관련 품목이 가장 빈번하게 가격 상승 품목으로 언급됐다. 알루미늄, 구리,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운송비 역시 수개월째 상승세가 이어졌다.
숙박·음식서비스업 응답자는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페르시아만 지역 분쟁이 동시에 가격 상승 압력을 만들고 있다”며 “2분기 말부터 3분기에 걸쳐 상당한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광업 업종에서는 “올해 들어 원유 가격이 약 20% 상승했다”고 답했다.
운송·물류 업종 역시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항공유 가격 변동성이 공급망 계획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에서는 연료비 상승으로 물류계약 재협상이 진행되면서 프로젝트 지연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급망 부담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공급자배송지수(Supplier Deliveries Index)는 55.2%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배송이 느려졌음을 의미한다. 공급망 병목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18개월 연속 배송 지연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고용시장은 서비스업 경기 확장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고용지수(Employment Index)는 47.9%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머물렀다. ISM 서비스업 PMI를 구성하는 주요 세부지수 가운데 유일하게 50%를 밑돌았다.
스티브 밀러 ISM 서비스업 조사위원장은 “많은 기업들이 채용 동결을 시행하거나 퇴사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응답 기업들은 연구개발(R&D)과 운영 인력의 높은 이직률, 사무실 복귀 정책, 인공지능(AI) 도입 영향 등을 인력 감소 배경으로 언급했다.
그럼에도 대규모 해고보다는 인력 유지 기조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 기업의 약 69%는 고용 수준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재고 증가다.
재고지수(Inventories Index)는 62.5%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9.4%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2010년 5월 기록과 같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재고 급증은 수요 둔화 우려로 해석될 수 있지만 기업들은 다르게 보고 있다.
ISM에 따르면 재고심리지수(Inventory Sentiment Index)는 55.2%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기업들은 향후 수요가 강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어 높은 재고 수준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전력 프로젝트 확대와 에너지 인프라 투자 증가가 배관, 장비, 전력 관련 제품 재고를 빠르게 소진시키고 있다는 응답도 나왔다.
이번 ISM 서비스업 보고서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규 주문과 기업 활동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는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관세 정책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안,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압력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는 점은 연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서비스업 물가가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가운데 고용은 둔화되고 있어 미국 경제는 ‘성장 지속’과 ‘인플레이션 재가속’이라는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