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메마르며 시장을 이끌던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Bull)들이 기록적인 ‘투자 잔혹사’를 쓰고 있다. 시장이 급랭할 때마다 “결국 오를 것”이라며 대규모 매집을 주도했던 펀드스트랫의 톰 리(Tom Lee)와 스트래티지(MSTR)의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가 그 주인공이다. 두 고래가 장부상 기록한 평가손실만 합산 165억달러, 최근 환율(원·달러 1500원 기준)을 적용하면 무려 24조75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2일(현지시각)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룩온체인(Lookonchain)에 따르면, 가상자산 폭락세가 연출되면서 이들이 운용하는 법인 지갑의 손실 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더리움 ‘평단 반토막’ 톰 리, 손실액 89억달러로 판정패
“지금 상황에서 누가 더 슬플까”라는 가상자산 시장의 유머 섞인 질문에 데이터가 가리키는 더 아픈 손가락은 톰 리의 ‘비트마인(Bitmine)’이다. 룩온체인에 따르면 톰 리의 비트마인은 현재 541만6901개에 달하는 이더리움(ETH)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자산 가치로는 약 100억3000만달러(약 15조450억원) 규모다. 문제는 이들의 진입 가격이다. 비트마인의 이더리움 평균 매입 단가는 개당 약 3500달러 선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더리움 가격은 하루 새 8.03% 급락한 1839.59달러까지 밀려났다. 매입 단가 대비 사실상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로 인해 비트마인이 기록 중인 장부상 평가손실(PNL)은 89억달러(약 13조3500억원)로 치솟았다. 투자 원금의 상당 부분이 증발한 셈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고점에 제대로 물린 스트래티지, 손실액 76억달러
비트코인의 ‘수호신’을 자처하던 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역시 밤잠을 설치긴 마찬가지다. 세일러의 스트래티지(Strategy)는 현재 843,706개의 비트코인(BTC)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 가치로만 562억6000만달러(약 84조3900억원)에 달하는 압도적인 물량이다.
그러나 세일러의 발목을 잡은 것 역시 최근 고점에서 진행된 공격적인 추격 매수다.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평균 매입 단가는 7만5699달러로, 현재 비트코인 가격(6만6331.91달러, 24시간 전 대비 6.47% 하락)을 크게 웃돈다. 고점 부근에서 대규모 물량을 받아내면서 발생한 스트래티지의 평가손실은 현재 76억달러(약 11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금액은 톰 리가, 고통의 무게는 세일러가?… 월가 경계감 최고조
손실의 ‘절대 액수’와 ‘손실률’ 측면에서는 평단가가 반토막 난 톰 리가 더 슬픈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마이클 세일러가 짊어진 심리적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다고 분석한다.
스트래티지는 최근 우선주 배당 재원 마련을 위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32BTC를 매각하는 등 장기 보유(HODL) 원칙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평가손실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을 위한 현금 확보 압박이 커질 경우, 추가 매도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유명 가상자산 개발자이자 업계 분석가인 제임슨 롭(Jameson Lopp)은 X를 통해 “많은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실망스러운 수익률에 좌절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원인은 약세장 진입과 동시에 전통 금융 시장(TradFi)이 인공지능(AI) 붐을 겪고 있기 때문이며, 투자자들은 그저 탓할 희생양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강세장 설교 안 먹힌다”…월가 매니저들이 보는 ‘진짜 지지선’
가상자산 연구기관 10x 리서치(10x Research)는 한발 더 나아가 “모든 비트코인 상승장에는 설교자(Preacher)가 있었지만, 이번 상승장의 설교자는 할 말을 잃었다”며 강세론자들의 약발이 다했음을 직격했다.
최근 스트래티지의 32BTC(약 230만달러) 매도에 대해서도 “강제 청산 같은 위기는 아니며, 향후 진행될 ‘선택적 매도’를 위한 일종의 테스트런(시험 운행)”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월가 기관들이 주목하는 진짜 리스크 지점은 따로 있다고 분석했다.
10x 리서치 측은 “스트래티지는 약 222억달러의 부채와 우선주 의무를 지고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비트코인 가격이 2만6000달러 선까지 추락할 경우 비트코인 예비비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주주 가치가 ‘제로(0)’가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 약세장 속에서 이 마지노선은 아주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며, 월가의 기관 리스크 매니저들은 이 청산 지점이 어디인지 정확히 계산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주요 알트코인 시장도 동반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비엔비(BNB)는 7.98% 하락한 633.43달러, XRP는 5.92% 떨어진 1.20달러를 기록했으며, 솔라나(SOL)는 8.99% 폭락한 73.48달러까지 주저앉으며 시장의 공포감을 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