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과 전통 금융(Tradi-Fi)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뉴욕 증시와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문을 닫는 주말, 예기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나 돌발 악재가 터지면 월가의 ‘주말 전사(Weekend Warriors)’들은 이제 뉴욕증권거래소(NYSE) 대신 탈중앙화 가상자산 플랫폼으로 향한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석유, 주가지수, 상장 전(Pre-IPO) 기업의 주식까지 통째로 거래할 수 있는 이른바 ‘금융 편의점’이 월가의 새로운 대체 투자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전직 초단타 매매(HFT) 계량분석(Quant) 트레이더가 설립한 탈중앙화 파생상품 플랫폼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가 있다.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이퍼리퀴드를 소개하며 전통 자산과 가상자산을 아우르는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 시장을 활성화하며 월가 트레이더들의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무기한 선물은 만기가 없어 청산되지 않는 한 포지션을 무기한 유지할 수 있고, 고배율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해 극적인 수익을 노리는 프로 트레이더들에게 각광받는 파생상품이다.
실제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발표하자 헤지펀드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즉각 하이퍼리퀴드로 몰려들었다. 정규 원자재 시장이 열리기 전, 하이퍼리퀴드의 원유 무기한 선물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당시 원유 파생상품에 베팅했던 한 트레이더는 공습 뉴스 직후 하이퍼리퀴드에 접속해 포지션을 정리, 정규장이 열리기도 전에 243%라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확정지었다. 정규 시장의 공백을 파고든 탈중앙화 플랫폼이 금융 시장의 ‘리드 타임’을 완전히 없애버린 셈이다.
FTX 파산의 교훈… “자산 통제권은 거래소가 아닌 유저에게”
하이퍼리퀴드의 무서운 성장세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블록웍스 리서치에 따르면 이 플랫폼의 개발사 ‘하이퍼리퀴드 랩스’는 단 11명의 직원만으로 지난해 약 8억 달러(약 1조 1000억원)의 총매출을 올렸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하이퍼리퀴드 블록체인의 자체 토큰인 ‘하이프(HYPE)’는 지난 1년간 100% 이상 폭등, 현재 시가총액이 160억 달러(약 22조원)에 육박한다. 글로벌 금융지주사의 시총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플랫폼을 설계한 인물은 대형 초단타 매매 기업 ‘허드슨 리버 트레이딩(HRT)’ 출신의 퀀트 트레이더 제프 얀(Jeff Yan)이다. 그는 3년 전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파국으로 몰고 갔던 샘 뱅크먼-프리드의 ‘FTX 거래소 파산 사태’에서 힌트를 얻었다. 중앙화된 거래소에 고객 자산을 맡기는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목격한 뒤, 유저가 자신의 지갑을 통해 자산을 직접 통제하는 ‘셀프 커스터디(Self-custody, 자기 수탁)’ 기반의 고성능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얀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셀프커스터디 수탁은 단순한 학술적 개념이 아니라 향후 이용자들이 반드시 요구할 핵심 기능”이라며 “FTX 사태 이후 유저들이 자기 돈에 대한 통제권을 직접 갖는 구조를 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순리”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 등 ‘대어’ 선점… 제도권 편입 기대감 속 리스크 경고도
하이퍼리퀴드가 월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결정적 계기는 전통 자산의 파생상품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시레브라스(Cerebras)가 나스닥에 데뷔하던 날, 월가 은행원들이 모니터로 확인한 것은 나스닥 호가창이 아닌 하이퍼리퀴드의 시레브라스 무기한 선물 가격이었다. 올해 하반기 상장을 앞둔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SpaceX)’의 무기한 선물 누적 거래량은 이미 2억 8000만 달러(약 3800억원)를 돌파했다. 공모주 시장의 향방을 점치는 선행 지표 역할까지 도맡은 것이다. 제도권의 러브콜도 이어져, 최근 S&P 다우존스 인덱스는 하이퍼리퀴드 내 전통 자산 선물 계약을 생성한 파트너사에 S&P 500 지수 라이선스를 부여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초고위험·고레버리지’ 상품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100% 관세를 기습 발표했을 때, 하이퍼리퀴드에서만 하루 만에 100억 달러(약 15조 2000억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 청산(증거금 부족으로 인한 강제 매도)되며 투자자들이 극심한 손실을 입었다. 금융소비자 보호단체 ‘베터 마켓’의 벤자민 쉬프린 이사는 “무기한 선물은 정교한 금융 전문가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품”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이 충분히 고지되지 않은 채 확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징후”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 우회(VPN) 등을 통한 글로벌 트레이더들의 유입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복잡한 신원인증(KYC)이나 배경 조사 없이 단 한 번의 클릭으로 거래가 가능한 극단적 편의성, 그리고 독특한 커뮤니티 문화가 이들을 결속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퍼리퀴드는 이제 무기한 선물을 넘어 옵션 거래와 비트코인 가격 등을 예측하는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으로의 영토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제프 얀 대표는 “하이퍼리퀴드의 최종 목표는 지구상의 모든 금융 자산과 거래를 이 플랫폼 안에 집어넣는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펀드플로] 비트코인·이더리움·하이퍼리퀴드 ETF 동반 순유입…기관 자금 다시 코인으로 [펀드플로] 비트코인·이더리움·하이퍼리퀴드 ETF 동반 순유입…기관 자금 다시 코인으로](https://cdn.blockmedia.co.kr/wp-content/uploads/2026/06/20260617-134948-560x240.png)

![[파생시황] 비트코인 롱 2억달러 청산…6만7000달러 숏 스퀴즈 구간 주목 [파생시황] 비트코인 롱 2억달러 청산…6만7000달러 숏 스퀴즈 구간 주목](https://cdn.blockmedia.co.kr/wp-content/uploads/2026/06/20260617-105220-560x226.png)
![[뉴욕 코인시황/마감] 미·이란 합의 호재에도 코인시장 약세…비트코인 1% 하락 [뉴욕 코인시황/마감] 미·이란 합의 호재에도 코인시장 약세…비트코인 1% 하락](https://cdn.blockmedia.co.kr/wp-content/uploads/2026/06/20260617-060321-560x19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