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뉴욕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은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세가 출회되며 일제히 하락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증시의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협상 불확실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대규모 롱 포지션 청산이 발생했다.
2일(현지시각) 코인마켓캡 기준 전체 디지털자산 시가총액은 2조3400억달러로 전일 대비 3.72% 감소했다. 시장 대표 지표인 CMC20 지수 역시 5.77% 하락한 138.44를 기록했다.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 탐욕·공포 지수는 27을 기록하며 ‘공포(Fear)’ 구간에 진입했다. 알트코인 시즌 지수는 49를 나타내며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간 뚜렷한 주도권 없이 약세장이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 6% 급락…시총 1조3500억달러 위협
비트코인(BTC)은 전일 대비 6.04% 하락한 6만7200.29달러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6만6346달러까지 밀리며 수 주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조3465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거래량은 513억달러를 기록하며 급증했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이번 하락 과정에서 디지털자산 시장 전체 롱 포지션 청산 규모는 13억5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숏 포지션 청산 규모는 1억3600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크립토슬레이트는 비트코인이 7만1765달러에서 6만7895달러까지 단기간 급락하는 과정에서 단 1시간 만에 약 3억9400만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3억8400만달러가 롱 포지션이었다.
비트코인 관련 청산 규모만 2억9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더리움·솔라나·엑스알피 동반 약세
주요 알트코인도 비트코인 하락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더리움(ETH)은 5.05% 하락한 1901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2294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솔라나(SOL)는 7.24% 하락한 75.13달러를 기록하며 주요 코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보였다. 엑스알피(XRP)는 6.08% 하락한 1.21달러에 거래됐다.
도지코인(DOGE)은 6.15% 하락한 0.094달러를 기록했고 밈코인 대표 종목인 페페(PEPE)는 6.99% 급락했다.
톤코인(TON) 역시 9.67% 하락하며 주요 알트코인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하이퍼리퀴드(HYPE)는 24시간 기준 3.79% 하락했지만 최근 7일 동안 17.14%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알트코인 시장 전반 약세…공포 심리 확대
섹터별로는 밈코인과 레이어1 프로젝트 전반에서 매도세가 우세했다.
솔라나 생태계와 밈코인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았고 엑스알피와 이더리움 등 대형 알트코인도 동반 하락했다.
최근 몇 달간 시장을 주도했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투자자들은 현금 비중 확대와 리스크 축소에 나서는 모습이다.
시장 전체 거래량은 증가했지만 이는 신규 매수세보다는 손절매와 강제 청산 물량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ETF 자금 유출·AI 주식 쏠림이 시장 압박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 배경으로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과 미국 증시 내 AI 투자 열풍을 지목하고 있다.
K33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ETF가 최근 3주 동안 6만2794BTC 규모의 순유출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유출 규모다.
베틀레 룬데 K33리서치 리서치헤드는 “현재 시장은 AI 관련 주식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기관 자금이 디지털자산에서 기술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 상승했고 마벨 테크놀로지는 15% 급등하는 등 AI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나타냈다.
금리 인하 기대 약화·유가 상승도 부담
거시경제 환경 역시 위험자산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피에르 로샤드 비트코인본드 CEO는 스트래티지의 32BTC 매도가 시장 급락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며 “강한 고용시장과 상승하는 에너지 가격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국제유가는 이란과 미국 간 협상 불확실성, 중동 긴장 고조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트 페인 바이브스캐피털매니지먼트 이사회 의장은 이날 X(옛 트위터)에서 “이번 하락은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도 때문이 아니라 약세장 내 구조적 조정의 일부”라며 “이란 협상 결렬 우려와 AI 투자 쏠림 현상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직 바닥 아니다”
시장 참여자들도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테드 필로우스(Ted Pillows) 디지털자산 분석가는 X를 통해 “비트코인이 단기 하락 유동성을 대부분 소화했지만 아직 바닥이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5만5000달러에서 6만5000달러 구간에 대규모 유동성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크립토리뷰잉(CryptoReviewing)은 “최근 24시간 동안 디지털자산 시장 청산 규모가 12억6000만달러를 넘어섰다”며 “6만6000~6만7500달러 구간의 유동성 청산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7만1500~7만7000달러 구간이 더 큰 유동성 밀집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 “변동성 확대 가능성…여름장 경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룬데 리서치헤드는 “기관 수요 둔화와 ETF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며 “올여름 시장은 횡보 또는 완만한 하락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데이비드 고크슈타인 고크슈타인미디어 창업자 역시 “비트코인은 반등하기 전에 추가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론이 유지되고 있다.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창업자는 유동성 확대 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비트코인이 올해 25만달러, 내년에는 75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재차 유지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단기적으로 6만7000달러선 방어 여부를 핵심 지지선으로 주목하고 있다. 해당 구간이 무너질 경우 6만5000달러선까지 추가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반대로 7만2000달러를 회복할 경우 하락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 탐욕·공포 지수는 27을 기록하며 ‘공포’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은 대규모 롱 포지션 청산 충격과 ETF 자금 유출 우려 속에서 단기 방향성을 모색하는 국면에 진입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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