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마스터카드 경쟁 속 스테이블코인 카드 시장 급성장
역김치프리미엄에 캐시백까지 국내 투자자 관심 확대
특금법·트래블룰 부담에 국내 이용자는 여전히 ‘그림의 떡’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테더(USDT) 등 스테이블코인을 충전해 일반 신용카드처럼 사용하는 ‘스테이블코인 카드’가 글로벌 결제 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결제 편의성과 리워드 혜택을 앞세워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역김치프리미엄(역프)을 활용한 비용 절감 수단으로 관심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다만 국내 규제 환경으로 인해 주요 해외 카드사들이 한국 이용자의 가입을 제한하면서 수요가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도 뚜렷하다. 일부 이용자들이 VPN 등을 활용한 우회 가입에 나서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높아진 관심과 제한적인 접근성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2일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아르테미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카드 결제 규모는 2023년 초 월 1억달러(약 1500억원)에서 2025년 말 월 15억달러(약 2조2700억원)로 급증했다. 연간 환산 기준으로는 180억달러(약 27조3000억원)를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약 78%가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였다.
비자·마스터카드도 뛰어든 스테이블코인 카드 시장
시장 확대에 따라 글로벌 결제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투자 자산을 넘어 실사용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판단에서다.
비자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시장에서 약 90% 점유율을 확보한 가운데, 체인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자는 지난 4월 베이스, 폴리곤, 캔턴 네트워크, 아크, 템포 등 5개 블록체인을 추가하며 정산 지원 네트워크를 총 9개로 확대했다. 비자 온체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최근 1년간 250달러 미만 소액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729억달러(약 110조원), 거래 건수는 15억건에 달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와 송금 수단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스터카드 역시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올해 3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비브이엔케이(BVNK)를 약 18억달러(약 2조72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온체인 결제와 기존 법정화폐 시스템을 연결하는 인프라를 강화하는 한편, 자체 네트워크 통합을 적극 추진 중이다. 마스터카드는 향후 130개국 이상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B2B 및 국경 간 결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글로벌 결제사들의 인프라 확대에 힘입어 스테이블코인 카드 시장에서도 이용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사업자들은 캐시백과 구독료 환급 등 다양한 보상 프로그램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영국 기반 디지털자산 결제 플랫폼 와이어엑스(Wirex)는 유료 구독과 자체 토큰 WXT 락업 조건을 충족한 이용자에게 최대 8% 수준의 토큰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 비수탁형 디지털자산 지갑·결제 플랫폼 코카(COCA)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캐시백과 넷플릭스·스포티파이 등 일부 구독 서비스 환급 혜택을 운영 중이다.
디지털자산 거래·결제 플랫폼 크립토닷컴은 자체 토큰(CRO)의 스테이킹 규모에 따라 차등화된 캐시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웹3 지갑 서비스인 메타마스크 역시 자체 카드를 출시하고, 일정 한도 내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역프 활용해 해외결제 비용 절감”
특히 국내 디지털자산 커뮤니티와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스테이블코인 카드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역프를 활용한 비용 절감 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국내 거래소에서 USDT가 원·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한 적정 가격보다 낮게 거래되면서, 이를 매수해 해외 결제에 활용할 경우 일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유리한 환율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11분 기준 국내 거래소 빗썸에서 USDT는 1461원에 거래되며 당시 원·달러 환율인 1519원을 크게 밑돌았다.
이런 역프 시기에 국내 거래소에서 할인가로 매수한 USDT를 스테이블코인 카드에 미리 충전해 두면, 이후 해외 결제 시 일반 원화 카드처럼 추가 환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실상 달러 가치로 바로 지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일반 카드의 경우 해외 결제 과정에서 원화가 달러로 변환되며 통상 1~3% 수준의 환전 및 해외 이용 수수료가 부과되지만, 스테이블코인 카드는 달러 가치에 연동된 온체인 자산을 직접 사용하는 구조라 은행·카드사 단계의 이중 환전 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디지털자산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카드를 기존 비자·마스터카드 결제망과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접점으로 평가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스테이블코인의 실생활 활용성을 현실화하는 가장 강력한 브릿지”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은 여전히 규제 장벽
다만 국내 소비자가 이러한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코카 등 주요 해외 디지털자산 카드사들은 고객확인제도(KYC) 인증 단계에서 한국을 서비스 대상국에서 아예 제외하고 있다.
이는 국내의 엄격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트래블룰, 외국환거래법 등 규제 준수에 따른 비용과 법적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다. 해외 카드사 입장에서는 국내 사용자를 수용할 경우 자금 출처 확인부터 실시간 거래 보고,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등 복잡한 규제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자칫 이를 위반했을 때 받게 될 제재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다 보니, 대부분의 해외 플랫폼이 국내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스테이블코인 카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부 국내 이용자들은 VPN으로 해외 IP에 접속하거나 해외 거주 주소와 외국 신분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카드를 개설하고 있다. 다만 이는 대부분 카드사 이용약관에 위배되는 행위로, 계정 정지나 자산 동결 위험이 존재한다. 또한 국내 규제 당국의 점검 과정에서 세금 문제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지급수단 간 프로모션 경쟁과 이에 따른 시장 건전성 문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도 “지나친 규제는 신규 지급수단의 시장 진입 유인과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균형 잡힌 규율 체계의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