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 금융시장은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달러화와 국채금리가 동반 상승한 반면 금값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시장은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1일(현지시각) 주요 자산시장은 미국·이란 협상 관련 엇갈린 소식에 따라 변동성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안전자산 선호보다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달러인덱스 98.88로 반등…협상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수요

달러화는 중동 리스크 확대 속에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달러인덱스(DXY)는 98.880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0.212포인트(0.21%) 상승했다. 장중 한때 99선에 근접하며 상승폭을 확대하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타스님 통신은 레바논 관련 공격을 이유로 미국과의 중재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서 달러 매수세가 유입됐다.
다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은 빠른 속도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헤즈볼라 측으로부터 이스라엘 공격 중단 약속을 받아냈다고 언급하면서 달러 상승폭은 일부 축소됐다.
달러는 지난 2월 말 미국·이란 충돌이 시작된 이후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으며 강세를 이어왔지만 최근 협상 기대감으로 일부 상승폭을 반납한 상태였다. 이날 시장은 협상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자 달러를 재차 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토미 본 브롬센 한델스방켄 외환전략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고 유가가 안정된다면 달러는 다시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현재 외환시장은 협상 진전을 확인하기 전까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 4.46%대 상승…연준 금리 인상 전망 확대

채권시장에서는 국채금리가 상승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457%로 전일 대비 0.020%포인트(0.45%) 상승했다. 장중에는 4.518%까지 치솟으며 최근 일주일 사이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2년물 국채금리 역시 장중 4.09%까지 오르며 지난달 22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채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국제유가 급등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자리했다.
이란의 협상 중단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시장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반영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에너지 공급 차질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짐 반스 브린모어 트러스트 채권운용책임자는 “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합의 가능성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이날 소식은 그 기대와 정반대 방향의 뉴스였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지표 호조도 금리 상승 압력
경제지표 역시 채권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5월 제조업 PMI는 54.0%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53.0%를 웃도는 수준이며 202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건설지출도 전월 대비 0.4% 증가해 예상치인 0.2% 증가를 상회했다.
견조한 경제지표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했고 이는 연준이 금리를 쉽게 인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했다.
현재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올해 12월까지 최소 한 차례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53%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두 차례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전망이 크게 바뀐 셈이다.
금값 1% 넘게 하락…강달러·고금리 부담

금 시장은 약세를 보였다.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482.90달러로 전일 대비 55.26달러(1.22%) 하락했다. 미국 금 선물 가격은 4506.30달러로 1.9% 내렸다.
장중 금값은 한때 4450달러 부근까지 밀리며 최근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통상 금은 지정학적 위험이 커질 때 안전자산 수요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날은 강달러와 국채금리 상승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달러 강세는 해외 투자자들의 금 매입 비용을 높이며 수요를 위축시키고 금리 상승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
짐 와이코프 아메리칸 골드 익스체인지 시장분석가는 “금리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며 “국채금리가 안정되거나 하락하기 전까지는 금 시장이 부담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급등이 금융시장 핵심 변수
이날 달러와 국채금리 상승 그리고 금값 하락의 공통된 배경에는 국제유가 급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미국의 이란 군사시설 공격과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어진 가운데 협상 중단 소식까지 겹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95달러 안팎까지 상승했고 WTI는 92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경우 연준이 예상보다 오래 긴축 정책을 유지하거나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시선은 고용지표와 연준으로
이번 주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는 미국 고용지표가 될 전망이다.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시장은 5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이 8만5000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4.3%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견조할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고용 둔화 신호가 확인된다면 최근 급등한 국채금리와 달러는 일부 상승폭을 되돌릴 가능성도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는 지난 31일 연설에서 통화정책의 정치화 위험성을 경고하며 연준 독립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은 이번 주 공개될 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고용지표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추가 단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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