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지정학적 리스크에 이어 인공지능(AI)·반도체 테마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실물연계자산(RWA)과 온체인 금융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일부 알트코인에는 오히려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31일 바이낸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0일 8만2000달러선까지 상승했지만 미·이란 충돌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현물 ETF 자금 이탈이 겹치며 7만3000달러대로 밀렸다. 이더리움 역시 2000달러선을 내주며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ETF 자금 흐름도 대형 자산의 약세를 보여준다. 소소밸류(SoSoValue)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8일(현지시각) 기준 비트코인 현물 ETF는 9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으며, 한 주 동안 약 13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도 13거래일 연속 순유출이 발생했고, 유출 규모는 2억2354만달러에 달했다.
반면 일부 알트코인에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났다. 하이퍼리퀴드(HYPE) ETF는 지난 12일 출시 이후 단 하루도 순유출 없이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한 주 동안에만 2557만달러가 유입됐다.
시장에서는 하이퍼리퀴드 생태계에 대한 기대감이 ETF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이퍼리퀴드는 온체인 기반 파생상품 거래 인프라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프로젝트로, 탈중앙화 파생상품 시장 확대의 대표 수혜 자산으로 꼽힌다. ETF를 통해 전통 금융권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통로가 열리면서 기관 접근성도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카이로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HYPE ETF는 현재까지 출시된 현물 디지털자산 ETF 가운데 가장 강한 초기 자금 흡수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 기대를 넘어 새로운 디지털자산 섹터에 대한 구조적 수요가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현물 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일주일 동안 비트코인이 5.19%, 이더리움이 5.89% 하락하는 동안 하이퍼리퀴드는 8.04%, 니어(NEAR)는 11.83%, 스텔라루멘(XLM)은 41.22% 상승했다. 대형 자산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특정 섹터 알트코인만 선택적으로 강세를 보인 셈이다.
이는 과거 알트코인 시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전에는 비트코인 상승 이후 자금이 알트코인 전반으로 확산되는 ‘알트 시즌’이 반복됐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자금이 모든 알트코인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섹터와 구조적 성장 스토리를 가진 프로젝트로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JP모건의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Nikolaos Panigirtzoglou)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금과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에서 점차 이탈하고 있다”며 “최근 2주 동안 비트코인 ETF와 금 ETF 모두에서 자금 유출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참가자들이 단순 인플레이션 헤지보다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AI·반도체 중심의 주식시장으로 유동성이 이동하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대형 코인에는 부담이 커졌지만, RWA와 온체인 금융 인프라, 파생상품 관련 프로젝트에는 선별적인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이다.
내러티브보다 현금흐름⋯온체인 금융 인프라에 쏠린 자금

대표적인 사례가 하이퍼리퀴드다. 미·이란 충돌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온체인 파생상품 시장의 가치가 부각됐고, 하이퍼리퀴드는 실제 거래량 증가와 프로토콜 수익 확대의 수혜를 받았다. 특히 거래 수수료를 활용한 바이백과 토큰 소각 구조는 기관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단순한 내러티브가 아니라 실질적인 현금흐름이 토큰 가치와 연결된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하이퍼리퀴드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29일 기준 하이퍼리퀴드의 총예치자산(TVL)은 55억2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연환산 수수료 수익은 7억4797만달러, 연환산 프로토콜 매출은 6억7064만달러에 달한다. 또한 미결제약정(OI)은 95억3600만달러, 최근 30일 기준 파생상품 거래량은 1881억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하이퍼리퀴드가 단순한 알트코인을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거래 수요를 창출하는 온체인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라이언 라스무센(Ryan Rasmussen) 비트와이즈 리서치 총괄은 “하이퍼리퀴드는 금융의 미래를 움직일 수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라며 “온체인 파생상품 거래와 자산 토큰화가 확대될수록 하이퍼리퀴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온체인 금융 인프라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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