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신지은 앵커·문정은 기자]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기업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 그룹 산하 백트(Bakkt)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오늘 공식 시작됐다.

백트는 미국 동부 표준시각 기준으로는 22일 오후 7시 55분 사전 거래를 시작했다. 본 거래는 오후 8시부터 다음 날인 23일 오후 6시까지다. 한국시간으로는 23일 오전 9시 사전 거래가 시작됐다.

그간 수차례 출시가 연기됐던 백트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기관’들의 유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백트는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실물)을 주고받는 실물 인수도 방식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백트가 얼마나 많은 물량을 끌어들일지가 향후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 수차례 연기된 백트 비트코인 선물 거래, 드디어 시작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은 미국 ICE 선물거래소(ICE Futures US)에 상장된다. 선물 일간 계약과 월간 계약이 제공된다.

백트의 선물 거래는 ‘실물 인수도’ 방식으로 진행된다.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은 2017년 CME와 CBOE가 내놓은 비트코인 선물 상품과 다르게 만기일에 ‘비트코인’ 실물을 제공해야 하는 ‘실물 인수도 방식’이다. CME와 CBOE가 제공하는 비트코인 선물 상품은 계약 만기일에 매도자와 매수자가 비트코인 가격의 차익을 ‘달러(현금)’로 주고받는다. 실물인 비트코인 수요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백트는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실물)을 주고받는 실물 인수도 방식이다.

이번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이 실제 출시되기까지 약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백트 출시는 원래 지난 1월 출시 예정이었지만, 연방 정부 폐쇄 이슈에 커스터디(수탁 서비스) 마련 등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의 협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출시 일시가 연기돼 왔다. 지난 6월 CFTC의 승인을 얻은 뒤 8월 16일 뉴욕금융서비스국(NYDFS)에서 커스터디 사업자 승인을 획득하면서 런칭의 급물살을 탔다.

◆ 백트 출시의 주역, 증권거래 전자화 이끈 ‘제프리 스프레쳐 ICE 대표’

백트 런칭의 가장 큰 주역은 제프리 스프레쳐(jeffrey sprecher) ICE 대표다. 그의 지난 이력을 보면 그가 왜 백트 런칭에 적극 나섰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위스콘신 출신의 엔지니어였던 스프레쳐는 전자 거래 플랫폼의 엄청난 기회를 보고 1000달러에 컨티넨탈 파워 익스체인지를 인수해(Continental Power Exchange) 에너지 OTC 거래를 시작한 인물이다. 이어 2000년에는 골드만 삭스 등의 투자를 받아 ICE를 설립했다. 2008년에는 금융 위기 이후에는 클리어 크레딧 LLC를 설립해 50조 달러 상당의 악성 신용부도스와프(CDS) 청산 작업을 맡았다. 이는 불투명한 시장에 투명성과 효율성을 가져다 주는 것은 물론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ICE는 현재 모든 CDS의 96%의 청산을 담당하고 있다. 켈리 로플러 백트 CEO는 그의 아내이자 역시 17년 간 ICE에서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백트는 지난 2018년 8월 런칭을 알린 뒤 지금까지 1억 825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주요 투자사는 마이크로소프트 벤처 캐피털 계열사인 M12와 판테라 캐피탈, 억만장자 펀드 매니저 앨런 하워드, 스타벅스 등이다.

스프레쳐는 포츈지와의 인터뷰에서 “백트의 목표는 금, 사모펀드 등과 함께 비트코인을 인기 있는 대체 투자로 만드는 것에 있다”면서 “결국 우리가 커피에서부터 항공권까지 비용을 지불하는 모든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 로플러 백트 CEO는 “우리 플랫폼에서 거래를 원하는 주요 자금원들은 규제하에 놓여있길 원한다”면서 “뉴욕 증권거래소 수준에서 연방 정부로부터 비트코인의 안전한 거래에 대한 감독을 원한다”고 밝혔다. 아담 화이트 백트 COO는 “펜션 펀드를 예로 들면 최근 다양한 자산에 투자를 하고 있다”며 비트코인 선물 투자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 기관 유입 기대 높지만… 거래량이 ‘관건’

시장이 백트에 관심을 두는 주요 배경 중 하나는 ‘기관 유입’이다. 선물 일간 계약으로 가격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 부담을 줄이고, 디지털 자산에 대한 수탁 문제도 해결됐기 때문이다. 체인파트너스는 기관투자자를 유인할 촉매제로 ‘백트’를 강조하며 “2019년은 비트코인 기관투자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포춘지는 “기관 투자자들이 안전하고 감독기관이 잘 갖춘 곳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가격 변동성 문제를 완화시키고, 비트코인이 여러 곳에서 도입될 수 있도록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포춘지는 “2018년 후반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 백트의 영향에 대해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트코인에 확실히 강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지만, 현재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 투자자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분석가인 알렉스 크뤼거가 트위터 팔로우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투자자들 절반이 백트가 가격 하락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크뤼거는 “CME 비트코인 선물은 런칭 첫 주 4억 6000만 달러의 거래를 이끌어냈고 현재 물량은 약 7억 달러 수준”이라며 “백트가 얼마나 많은 물량을 끌어들일지가 이번 주 주요 변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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