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협상이 핵 프로그램 통제와 경제 제재 해제라는 핵심 난제를 만나 급격히 제동이 걸렸다. 주말 사이 “타결이 임박했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낙관론은 하루 만에 강경 기조로 선회했다.
2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추진 중인 양해각서(MOU) 협상은 핵심 조항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
당초 양측이 논의 중인 MOU는 30일간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제한을 해제하고 교전을 중단한 뒤, 2단계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그러나 세부 조항에서 양측이 대립하며 ‘말싸움’ 양상으로 번졌다.
미국은 이란으로부터 핵 프로그램 폐기에 대한 명확한 사전 확약을 요구하는 반면, 이란은 미국의 제재 해제와 해외 동결 자금 해제의 구체적 일정표를 먼저 제시하라고 맞서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부 제재 완화를 먼저 제공할 경우, 이란이 핵 협상에서 시간을 끌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내 매파 비판에 후퇴… “위대한 합의 아니면 판 깬다”
협상 가속페달을 밟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미국 정계의 역풍 때문이다. 협상 소식이 알려지자 미 공화당 내 매파 의원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줘 이란 정권의 숨통은 틔워주면서, 정작 핵 무장 능력은 그대로 방치하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과의 거래는 위대하고 의미 있는 것이 되거나, 아니면 아예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스라엘 역시 미국이 경제·군사적 압박을 성급히 완화해 이란과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도울 수 있다며 미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마일 바게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많은 사안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타결이 임박한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 내부의 제도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정책 기조가 수시로 바뀌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란은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과 압바스 아라치 외무장관 등 최고위급 협상단을 카타르로 급파해 돌파구 마련을 시도 중이다.
‘기름값 잡기’ vs ‘경제 고사 차단’… 양측 모두 절박하지만 동상이몽
정치적 기싸움 속에서도 양측 모두 합의가 절박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 소비자 심리를 바닥으로 끌어내린 국내 휘발유 가격을 잡기 위해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시급하다. 이란 역시 미국의 해상 봉쇄와 전쟁 여파로 통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경제 고사 위기에 처해 있어 제재 완화가 간절하다.
주변국들의 셈법도 복잡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국들은 미국의 조기 철수로 인한 안보 공백을 우려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항해의 자유’를 보장하는 명확한 문구를 MOU에 포함하라고 중재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은 협상 기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면제하겠다고 밝혔으나, 향후 통행 관리 권한과 보호 수수료 징수 권리를 고수하고 있어 불씨를 남겨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평화 협상을 계기로 사우디, 카타르, 터키 등이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아브라함 합의’의 확장을 제안하며 이란의 동참을 언급했다. 그는 “이것은 분쟁 국가들이 서명할 역사상 가장 중요한 명작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으나,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출범 선결 조건을 내걸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