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실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원유 공급망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과 물류 차질이 이어진 가운데 시장은 합의 자체보다 실행 가능성과 안전 확보 여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는 24일(현지시각) 양국이 해협 재개방에 대한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세부 협정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실제 선박 운항 재개 시점과 유가 안정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칼 와인버그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가격은 빠르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공급망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2000척 발 묶인 페르시아만… 이란 통제권 주장에 리스크 여전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천연가스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지난 2월 28일 분쟁 발발 이후 사실상 봉쇄 상태가 이어졌으며 이 여파로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급등세를 나타냈다.
특히 현재 페르시아만 일대에는 약 1500~2000척의 선박이 발이 묶인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설령 해협이 공식적으로 재개방되더라도 해운업체들이 실제로 안전하다고 판단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평화 합의의 지속 가능성과 이란의 통제 여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란 최고지도자 군사 고문은 이날 현지 언론을 통해 “이란은 해협을 관리할 법적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해협 통행료 부과 등 새로운 방식의 영향력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전쟁 이후 악화된 재정 상황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IEA “기뢰 제거에만 수주일… 정상 수출까지 최소 2~3달 소요”
안전 문제 역시 남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뢰 제거 작업과 안전 항로 확보를 위해 미국 등 주요 해군 전력의 기뢰 제거 함정 및 장비 배치에만 수주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보고서를 통해 “안정적인 원유 수출 체계를 재구축하는 데 최소 2~3개월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뢰 제거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 보험사들은 선박 호송과 추가 안전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해운 비용 상승과 운송 지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설령 운항이 재개되더라도 실제 원유가 아시아와 유럽 항만에 도착해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높은 에너지 비용 부담을 안고 있던 아프리카 신흥국들은 이번 사태로 더욱 큰 타격을 입고 있다.
IMF “과거로의 깔끔한 복귀는 없다”… 에너지 전환 가속화 계기 되나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1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단기 에너지 위기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정책 전환을 촉진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원유 공급망 의존 리스크를 재확인하면서 태양광과 전기차 등 대체 에너지 투자 확대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과거와 같은 상태로 깔끔하게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