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디지털자산(가상자산)과 핀테크 산업을 기존 금융 및 결제 시스템에 편입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연방 규제기관에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지시한 데 이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결제망과 마스터 계정 접근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까지 공식 검토 대상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의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계기로 핀테크와 디지털자산 기업이 연준 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제한적 결제 계좌(limited payment account)’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디지털자산의 금융 시스템 통합 확대를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백악관의 규제 완화 압박에 연준이 신속하게 움직인 모양새다. 연준은 120일 이내에 관련 법적 권한과 규제 장벽,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담은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한다.
해당 방안은 비은행 금융기업에도 연준 결제 시스템 접근을 허용하되, 기존 은행이 제공받는 유동성 지원과 지급준비금 이자 혜택 등은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해당 계좌를 보유한 기업은 연준의 결제망을 통해 자금을 직접 송금하거나 정산할 수 있게 된다. 이에 기존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거래 처리가 가능해져 송금 속도가 빨라지고 수수료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일반 은행이 위기 상황에서 활용하는 연준의 긴급 유동성 지원 기능은 제공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반 은행은 영업시간 중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지더라도 연준의 마이너스 통장 격인 ‘당일 결제 자금 지원(intraday credit)’이나 긴급 대출 창구인 ‘할인창구’를 이용해 자금을 메울 수 있다. 반면, 제한적 결제 계좌를 이용하는 기업은 이러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연준에 맡긴 자금에 대해 지급되는 이자 역시 받을 수 없다.
연준은 비은행 금융기업의 결제 인프라 접근성을 확대하되, 기존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금융 안정 장치까지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디지털자산 업계에서는 연준 지급결제망 접근권 확보가 핵심 과제로 여겨져 왔다.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거래는 24시간 이뤄지지만 기존 은행 시스템은 영업시간과 중개 절차에 묶여 있어 송금 지연과 비용 부담이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소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은행 계좌 폐쇄나 결제 서비스 중단 위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왔으며, 실버게이트은행과 시그니처은행 붕괴 이후 이러한 문제는 더욱 부각됐다.
만약 디지털자산 기업이 연준 결제망에 직접 연결될 경우,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달러 송금과 정산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발행·환매 속도가 빨라지고 결제 비용도 낮아질 수 있다.
그동안 미국 디지털자산 업계는 은행 수준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준 마스터 계정과 결제 서비스 접근에서 사실상 배제돼 왔다. 특히 와이오밍 기반 특수목적예금기관(SPDI)인 커스토디아(Custodia) 은행 등이 연준 접근 문제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규제 완화 수준을 넘어, 디지털자산 기업의 ‘연준 결제망 직결 가능성’을 공식 검토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나 디지털자산 기업이 실제 달러 결제를 처리하려면 중간 은행망에 의존해야 했지만, 향후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비은행 사업자도 연준 결제 시스템에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분석이다.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결국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은 발행 자체보다 달러 결제·정산 인프라 접근 권한인데,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제도권 안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향후 연준 계좌 접근이 일부 허용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들의 신뢰도와 결제 효율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은행만 연준 시스템에 직접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핀테크와 디지털자산 기업은 사실상 간접 연결 구조에 머물렀다”며 “미국이 이 구조를 완화하기 시작하면 글로벌 디지털 결제 시장 주도권 경쟁도 훨씬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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