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우려를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그는 통화정책 성명에서 금리인하 편향 문구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러 이사는 22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행사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며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이 금리인상 가능성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월러는 이날 ‘Policy Risks Have Changed’ 연설에서 중동 전쟁 장기화가 미국 통화정책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시적 충격에 그칠 것으로 기대했지만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확산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 중단을 지지한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전쟁 불확실성과 에너지 충격이 다른 가격으로 번질 가능성을 고려해 금리인하 중단을 지지했다”며 “최근 물가와 고용 데이터는 이런 판단이 옳았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특히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기존 정책 문구 수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월러 이사는 “정책 성명에서 ‘완화 편향(easing bias)’ 표현을 제거해야 한다”며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이 금리인상 가능성보다 더 크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 금리인상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노동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폭발적 상황은 아니다”라며 “현재 정책금리도 이미 제약적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 금리인상은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착되기 시작하면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러 이사는 최근 물가 흐름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6% 상승했고 에너지 가격은 3.8%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약 3.8%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는 최근 3년 내 최고 수준이다. 근원 PCE 물가상승률도 약 3.3%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월러 이사는 “이 어느 것도 좋은 뉴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변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월러는 “일련의 일시적 충격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미래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믿기 시작할 수 있다”며 “이는 팬데믹 시기에도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동전 던지기와 베이지안(Bayesian) 확률 개념까지 언급했다. 반복되는 가격 충격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 경기 자체는 아직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월러 이사는 AI 관련 투자 확대와 소비지출 강세가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약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시장 역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4월 미국 실업률은 4.3%를 기록했다. 신규 고용은 11만5000명 증가했다.
다만 그는 “향후 정책의 핵심 변수는 고용보다 인플레이션이 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금리를 동결한 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