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최근 미국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적 기반을 재편할 수 있는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클래리티 법(CLARITY Act)을 둘러싼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제3자 기반 토큰화 허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자산 시장이 다시 한번 주목받을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자산 시장은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관과 기업의 본격적인 참여가 제한돼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관련 제도 정비가 가속화되면서 은행, 핀테크 기업,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자산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참여자들이 사용자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규제 방향이 스테이블코인 이자를 단순 보유 중심이 아닌 실제 활용 중심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새로운 인센티브 구조가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과 거래소, 핀테크 기업, 금융기관 등이 협업을 확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글에서는 최근 미국의 규제 변화가 디지털자산 시장에 어떤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떤 프로젝트와 생태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만 이는 현재 공개된 정책 방향과 시장 흐름을 기반으로 한 전망이며, 향후 입법 및 정책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2. 미국의 규제 지형 변화
2-1. CLARITY Act: 활동에 기반한 스테이블 코인 이자 지급
2026년 5월14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을 찬성 15표, 반대 9표로 통과시켰다. 법안 핵심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 범위를 명확히 하고,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에 예측 가능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데 있다.
특히 주목 할 내용은 스테이블코인 이자 관련 조항이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보유한 이용자에게 은행 예금 이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행위를 사실상 제한했다. 예를 들어 코인베이스가 앱 내 USDC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거나, 페이팔이 PYUSD 보유자에게 이자를 제공하는 구조는 허용 범위가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실제 활동에 기반한 보상은 예외로 인정됐다. 법안은 결제, 거버넌스 투표, 스테이킹, 토큰 거래 등을 허용 활동의 구체적인 예시로 명시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활동 기반 리워드의 전제가 되는 ‘활동’이란, 단순한 자산 보유를 넘어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플랫폼 생태계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유저의 구체적인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플랫폼들의 인센티브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기존처럼 단순 보유, 예치 보상만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모델은 제한되고,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사용되는 구조 안에서만 보상이 가능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CLARITY Act 법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난 15일과 19일에 발간한 “[클래리티액트 분석①] 토큰, 증권인가 상품인가…美, 10년 규제전쟁에 룰북 쓴다“와 “[클래리티 액트 분석 ②] DeFi는 어디까지 금융기관인가⋯코드·지갑·불법자금의 경계선“를 참고
2-2. SEC의 제3자 토큰화 허용 가능성
같은 시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또 다른 정책 변화 가능성도 시장 주목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최근 제3자 토큰화 허용 가능성이 포함된 ‘Innovation Exemption’ 도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 및 기존 증권시장 규제 체계와의 충돌 우려, 업계와 정치권 일각의 반발 등으로 관련 논의를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논의 자체가 향후 미국 내 토큰화 주식 제도화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제3자 기반 토큰화 허용 가능성과 정책 재개 여부를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사실상 허용해온 토큰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발행사나 주식명의개서대행기관이 직접 참여하는 발행사 주도형 토큰화, 그리고 미국예탁결제원(DTCC) 등 수탁기관이 기초 증권을 보관한 뒤 이를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수탁형 토큰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라이센스 보유 기업이나 기존 금융 인프라 사업자들이 시장 핵심 수혜자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제3자 토큰화가 허용될 경우 시장 구조는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코인베이스 같은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들도 별도의 주식명의개서대행기관 지위 없이 토큰화 주식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토큰화 산업의 경쟁 구도가 바뀌는 신호로 해석 가능하다.
3. 규제 변화가 만드는 새로운 시장 판도
3-1.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와 사용처를 중심으로 나타날 명확한 경쟁 구도
클래리티 법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리워드는 단순 보유가 아니라 결제, 거래, 유동성 공급 등 실제 활동에 연동되는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입장에서는 사용처 플랫폼과의 긴밀한 사업 연계가 사실상 필수 요소로 될 것이다.
발행사와 플랫폼 연결성이 높아질수록 어떤 활동에 어떤 방식으로 보상을 제공할지 설계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이용자 활동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평가된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사용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스테이블 코인을 거래 페어로 활용하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국경 간 송금과 결제 중심의 페이먼트 서비스, 그리고 유동성 공급·대출·파생상품 거래가 이뤄지는 디파이 생태계다.
여기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제3자 토큰화 허용 가능성까지 현실화될 경우 거래소와 디파이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토큰화 자산의 거래와 유동성 처리를 거래소와 디파이가 담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거래소 및 디파이 플랫폼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생태계를 확대하느냐가 향후 주도권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실제 시장 역시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 스테이블코인인 USDT와 USDC를 중심으로 각각의 사용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으며, 두 진영 간 경쟁 구도 역시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3-2. 테더·레이어제로 진영
한 축에는 USDT 발행사인 테더와 크로스체인 상호운용성 프로토콜 레이어제로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자리하고 있다. 레이어제로는 2025년 1월 테더와 공동 출시한 USDT0를 통해 USDT의 멀티체인 네이티브 유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USDT0는 레이어제로의 옴니체인 대체가능토큰 표준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기존 USDT를 잠그고, 목적지 체인에서 동일 수량 토큰을 발행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여러 블록체인 간 유동성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레이어제로는 올해 2월 자체 레이어1 블록체인인 ‘제로’도 공개했다. 제로는 실시간 검증과 병렬 처리 구조를 기반으로 초당 최대 200만건 거래 처리를 목표로 설계된 네트워크다. 기관급 금융 인프라 수준의 처리 성능을 지향하면서도 저사양 기기로도 네트워크 검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함께 공개된 파트너십 역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주식 거래량의 약 35%를 처리하는 시타델증권은 제로(ZRO) 토큰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 예탁결제기관은 토큰화 증권 및 담보 관리 영역에서 제로 활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 역시 24시간 운영되는 토큰화 시장 인프라 적용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협업 이상의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 블록체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레이어제로, 그리고 월가 핵심 금융기관들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향후 규제 도입에 맞춰 하나의 진영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러한 구조는 향후 토큰화 시장을 선점하고 스테이블코인 사용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 이자와 자체 토큰 보상을 결합한 인센티브 구조 역시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3. 써클·코인베이스 진영
반대편에는 USDC 발행사인 써클과 코인베이스를 중심으로 한 진영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코인베이스는 써클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USDC 준비금 운용에 따른 이자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사용처가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처럼 움직이는 모델이다. 발행과 유통, 거래 인프라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활동 기반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사용처 확대 측면에서도 써클·코인베이스 진영의 움직임은 적극적이다. 최근 코인베이스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결제 프로토콜인 ‘x402’를 공개하며 스테이블코인 실사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x402는 AI 에이전트가 API, 데이터 서비스 등을 사용할 때 스테이블코인으로 즉시 결제할 수 있도록 설계된 HTTP 기반 결제 프로토콜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AI 에이전트 시대를 겨냥한 온체인 결제 인프라 실험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플레어, 스트라이프 등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2026년 4월 기준 약 6만9000개의 활성 AI 에이전트가 x402를 통해 약 1억6000만건 이상의 거래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써클·코인베이스 진영은 향후 토큰화 시장 경쟁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3자 토큰화 허용을 위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관련 규제 논의에도 꾸준히 참여해왔다.
현재 코인베이스가 보유한 디지털자산 거래소 지위와 시장 점유율을 고려할 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Innovation Exemption’이 현실화될 경우 최대 수혜자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써클과 코인베이스 거래소, 그리고 코인베이스의 레이어2인 베이스 생태계를 중심으로 토큰화 자산 유통과 스테이블코인 사용처 확대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거래·결제·유동성 공급 활동을 기반으로 한 인센티브 구조 역시 보다 정교하게 설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베이스는 아직 자체 토큰을 발행하지 않았으며, 발행 가능성 만을 암시해둔 상황이다. JP모건에서 베이스 토큰 잠재 시가총액을 최대 34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하기도 한 만큼, 향후 베이스 토큰과 스테이블코인 이자를 결합한 인센티브 구조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4. 두 진영의 경쟁 구도가 만들 디지털자산 시장 활기
클래리티 법 통과 이후에는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사용처 확보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제3자 토큰화 허용까지 현실화될 경우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구조는 단순한 수익 모델을 넘어 생태계 확장과 이용자 확보를 위한 핵심 장치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거래소, 디파이 플랫폼, 기관 및 기업들은 각자 진영을 구축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경쟁 구도 속에서는 이용자 유입을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 전략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베이스는 자체 토큰 출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만큼, 향후 생태계 확장 과정에서 이를 강력한 부스팅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향후 핵심은 어떤 생태계가 실질적인 사용처와 유동성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규제 가시화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쟁 구조가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아직 관련 규제와 사업 구조가 완전히 확정된 단계는 아닌 만큼 과도한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SEC의 제3자 토큰화 허용 여부 역시 최종 확정 단계에 이르지 않았으며, 레이어제로와 월가 금융기관 간 협업 또한 실제 사업화보다는 검토 단계에 머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뉴욕 코인시황/마감] 중동 리스크에 비트코인 6.2만달러 턱걸이…시장 전반 약세 [뉴욕 코인시황/마감] 중동 리스크에 비트코인 6.2만달러 턱걸이…시장 전반 약세](https://cdn.blockmedia.co.kr/wp-content/uploads/2026/06/20260610-061407-560x19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