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강련호 변호사] 지난 7일 외국환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은 디지털자산(가상자산)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기존 외환 규제 체계가 갖고 있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 외국환거래법은 전통적인 지급수단과 금융기관 중심의 거래를 전제로 설계돼 있었기 때문에,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국경 간 거래, 특히 탈중개적 성격을 갖는 이전 구조를 효과적으로 규율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그 결과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해외 송금이나 가치 이전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공백을 해소하고, 디지털자산을 이용한 외국환 거래를 제도권 내로 편입시키기 위한 첫 번째 체계적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개정안은 외국환거래법에 ‘가상자산’, ‘가상자산사업자’, 그리고 ‘가상자산이전업무’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도입했다. 이 중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사업자의 개념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동일한 체계를 따르고 있으나, ‘가상자산이전업무’는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존재한다.
해당 개념은 단순한 자산 이전 행위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외국 간’이라는 국경 간 거래 요소를 전제로 한다. 이는 외국환거래법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국내 거래와의 구별 기준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형식적인 이전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까지 포함함으로써, 규제 회피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했다. 이는 거래 구조를 우회적으로 설계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국경 간 자산 이동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 규제 대상으로 포섭하려는 입법 의지의 표현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가상자산이전업무에 대해 사전 등록제를 도입한 것이다. 앞으로 가상자산사업자가 국경 간 이전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계 당국에 사전에 등록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주요 요건으로는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완료, 외국환거래, 지급, 수령 또는 가상자산 이전에 관한 자료를 중계·집중·교환하는 기관과 전산망이 연결, 인력 및 물적 설비 등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기준 충족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등록사항 변경 또는 업무 폐지 시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체계도 함께 도입됐다.
개정안은 가상자산이전업자를 외국환거래법상 감독 체계에 명확히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자는 외환당국의 보고·검사 대상이 되며, 관련 자료는 기존의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금융위원회와도 공유될 수 있게 된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다양한 감독기관 간에 연계함으로써, 탈세 방지, 자금세탁 방지, 불법 외환거래 차단 등 다층적인 정책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구조로 이해된다. 결과적으로 가상자산이전업자는 기존 금융기관과 유사한 수준의 감독 환경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개정안은 불법적인 디지털자산 이전을 통해 취득한 자산을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시적으로 마련했다. 이는 특히 무등록 영업 등 위법행위를 통해 형성된 디지털자산에 대해 실질적인 제재 수단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디지털자산의 특성상 추적과 집행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규정은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은 디지털자산 규율뿐 아니라 기존 외국환업무 체계의 정비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전문외국환업무의 범위를 재구성하고, ‘해외지급결제업’을 새롭게 도입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핀테크 기반의 글로벌 결제 서비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평가된다.
개정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기존 사업자에 대해서는 일정한 경과조치가 적용된다. 특히 가상자산이전업무의 구체적인 범위, 등록 요건, 보고 의무 등 핵심 사항은 시행령 및 하위 규정에서 상세히 규율될 예정이므로, 향후 입법예고 과정이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번 개정안은 디지털자산을 이용한 국경 간 거래를 외국환 규제 체계로 편입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가상자산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의무, 이상거래 감시 체계에 더하여, 외국환거래법상 규제까지 추가로 적용받게 된다.
특히 문제되는 부분은 ‘국경 간 거래’의 판단 기준이다. 디지털자산 거래는 네트워크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 상대방의 위치를 명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상당수 거래가 사실상 국경 간 거래로 평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 시행령에서 어떤 경우를 국경 간 거래로 볼 것인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외 사업자와의 연계 구조를 활용하는 서비스의 경우, 단순 기술 제공인지, 아니면 외국환거래법상 이전업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가상자산 이전사업자들은 자신의 서비스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여 규제 적용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고, 필요시 등록 절차 및 내부 통제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국경 간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거나 계획 중인 기업이라면, 이번 개정을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닌 사업 구조를 재정비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고려대학교 행정학과·경제학과 졸업(2011)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2014)
·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졸업(2020)
· TSMP Law corporation(싱가포르) 파견(2022-2023)
· 자금세탁방지전문가 (CAMS)(2022)
· TPAC 시험 출제 및 검토위원(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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