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뉴욕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와 미 국채금리가 동반 하락한 가운데 국제 금값은 급반등했다. 시장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 가능성에 주목하며 최근 이어졌던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을 일부 되돌리는 흐름을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최종 단계(final stages)’에 접어들었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도 다소 완화됐다.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채권시장 불안이 진정되는 흐름에 주목했다.
달러지수 98선 후퇴…6주 최고치 이후 숨 고르기

달러화는 최근 강세 흐름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유입되며 약세를 나타냈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98.852를 기록하며 전장 대비 0.198포인트(0.20%) 하락했다. 장중 한때 99선을 상회했지만 이후 하락 전환되며 상승폭을 반납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기대가 안전자산 선호를 완화시키며 달러 약세를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서 강세를 이어왔던 달러는 이날 위험선호 심리 회복과 함께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었다.
마크 챈들러 배넉번글로벌포렉스 수석시장전략가는 “달러가 기술적으로 과매수 구간에 진입한 상황에서 일부 되돌림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21% 상승한 1.1628달러를 기록했고 영국 파운드화도 0.37% 오른 1.3442달러로 강세를 보였다. 위험자산 선호를 반영하는 호주달러 역시 달러 대비 0.63% 상승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움직임도 주요 변수로 부각됐다.
달러·엔 환율은 158.82엔 수준에서 거래되며 일본 정부 개입 경계 구간인 160엔선에 근접했다. 최근 달러 강세 흐름 속에서 엔화는 7거래일 연속 약세를 기록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긴 하락 흐름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추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말과 5월 초 엔화 방어를 위해 수차례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토퍼 웡 OCBC 통화전략가는 “개입 리스크가 달러·엔 추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지만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강세가 유지될 경우 개입 효과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채금리 급락…10년물 4.58%로 후퇴

채권시장에서는 최근 급등했던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584%를 기록하며 전장 대비 0.083%포인트(-1.78%) 하락했다. 장중에는 4.567% 수준까지 밀리며 전날 기록했던 4.687% 고점에서 크게 후퇴했다.
30년물 국채금리도 약 7bp 하락한 5.113% 수준으로 내려왔다. 전날 30년물 금리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이후 최고 수준인 5.197%까지 치솟은 바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중동 리스크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를 자극하며 채권 매도세를 촉발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이란 협상 기대와 국제유가 급락이 금리 하락 재료로 작용했다.
젠나디 골드버그 TD증권 미국 금리전략 헤드는 “현재 시장은 거의 전적으로 이란 관련 지정학 변수에 반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연준의 매파적 기조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날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다수의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말 기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약 41%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팀 사우르멜치 SEI인베스트먼트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최근 금리 상승은 이제 주식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지정학 리스크 비용이 점점 더 현실적인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값 1.3% 반등…2개월 저점 이후 회복세

국제 금값은 달러 약세와 국채금리 하락 영향 속에 반등했다.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542.178달러로 전장 대비 58.478달러(1.30%) 상승했다. 장중 금값은 4490달러 부근까지 밀리며 약 2개월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후 강한 반등세가 나타났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중동발 에너지 공급 우려 완화와 국채시장 안정이 금값 반등을 지지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협상 발언과 함께 페르시아만에서 원유 수송선 이동이 재개되면서 시장에서는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도 다소 진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시장은 향후 중동 지정학 흐름과 국제유가 그리고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이 달러·채권·금 시장 전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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