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마이클 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감독 부문 부의장이 금융 접근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금융건강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융서비스가 실제로 소비자 삶을 개선하는지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바 부의장은 20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EMERGE Financial Health 2026’ 행사 연설에서 “금융건강은 단순한 금융 접근성을 넘어 실제 삶의 개선 여부를 측정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접근은 출발점일 뿐이며 계좌 보유 자체가 좋은 금융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기술 발전으로 금융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분석·활용하는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바 부의장에 따르면 현재 미국 성인 약 96%가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15년 전 92%에서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금융헬스네트워크(Financial Health Network) 조사에서는 스스로를 ‘재정적으로 건강하다’고 평가한 미국인은 약 31%에 불과했다.
그는 이런 격차가 단순 금융 접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득과 자산, 고용 안정성 같은 구조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일부 금융상품은 저소득층에게 오히려 비용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 부의장은 연준이 2013년부터 시행한 ‘가계 경제 및 의사결정 조사(SHED)’ 사례를 소개하며 금융취약성 측정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예상치 못한 400달러 지출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할지를 묻는 이른바 ‘400달러 테스트’를 언급했다. 바 부의장에 따르면 현재도 미국 가계의 약 37%는 400달러 비상지출을 현금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SHED 조사가 미국 가계의 취약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바 부의장은 금융기관들이 AI와 행동경제학을 활용해 소비자 행동을 더 정교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일부 금융사는 고객의 소비 패턴과 현금 흐름을 분석해 저축 확대를 유도하거나 초과인출(오버드래프트)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는 취약 고객이 위기에 빠지기 전에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맞춤형 금융 조언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건강 지표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소비자 보호 원칙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자신의 데이터가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공유되는지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바 부의장은 금융기관이 단기 점수 개선에만 집중할 경우 장기 재무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 지표 관리보다 실질적으로 저소득층 수요에 맞는 금융상품 개발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금융건강 지표가 금융기관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재무적으로 건강한 고객은 고객센터 이용 빈도와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금융회사 운영 효율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금융취약층을 우선 고려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금융산업이 나아갈 수 있다”며 “연준도 이런 변화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