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홍콩 자산운용사 CSOP가 출시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가 세계 최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성장한 데 이어, 해당 상품을 24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토큰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상품이 해외에서 먼저 대형화·디지털화되는 모습이다.
7개월 만에 세계 1위…테슬라 ETF도 제쳤다
지난해 10월 홍콩 증시에 상장된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2배 레버리지 ETF’는 지난 19일(현지시각) 기준 운용자산(AUM) 61억8426만달러(약 9조3468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세계 최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꼽히던 미국 나스닥 상장 테슬라 2배 ETF ‘TSLL(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의 운용자산 54억6700만달러(약 8조2475억원)를 넘어선 규모다.
이 상품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레버리지 ETF다. 올해 1분기 글로벌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가운데 순자금 유입 1위를 기록했고, 상장 이후 누적 수익률은 약 750% 수준에 달했다.
삼성전자 기반 레버리지 상품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CSOP 삼성전자 데일리 2배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은 20억4856만달러 규모로 글로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위권에 안착했다.
CSOP는 중국 남방자산운용의 홍콩 자회사다. 홍콩 ETF 시장 점유율 2위 운용사로, 현지 레버리지·인버스 ETP 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도 해당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KSD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CSOP SK하이닉스 2배 ETF와 삼성전자 2배 ETF에 쌓인 국내 투자자 매수결제 규모는 각각 2억3089만달러, 1억7757만달러로 집계됐다.
“코인처럼 24시간 거래”…토큰화 추진
외신에 따르면 CSOP는 최근 자사 인기 레버리지 ETF를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 2배 ETF 역시 토큰화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토큰화가 현실화되면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을 비트코인처럼 365일 24시간 거래할 수 있다. 현재 ETF는 홍콩 증시 개장 시간에만 매매할 수 있지만, 토큰화 상품은 글로벌 거래소에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정산 구조도 달라진다. 기존 ETF는 매도 후 실제 현금 정산까지 통상 이틀(T+2)이 걸리지만, 블록체인 기반 토큰은 즉시 정산이 가능하다. 자금 회전 효율이 높아지는 셈이다.
토큰화 상품은 실제 ETF를 직접 보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ETF 가격을 추종하는 파생 구조 기반 무기한 선물 형태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 선물 ETF에서 발생하는 롤오버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한국은 이제 첫 출시…토큰화는 아직 제도 공백
한국 시장은 이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신한·한화·키움·하나자산운용 등 8개 운용사는 오는 27일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을 순차적으로 상장할 예정이다.
다만 토큰화 상품은 아직 국내에서 출시되기 어렵다. 토큰증권(STO) 관련 제도 정비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시행은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기반 토큰 상품은 바이낸스나 해외 탈중앙화거래소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먼저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한국 자산 기반 토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블랙록의 코스피 추종 ETF ‘EWY’는 바이낸스에서 토큰 형태로 거래되고 있으며, 이날 기준 24시간 거래량은 약 1억4277만달러(약 2156억원)다. OKX도 지난 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46%를 차지하는 반도체 테마형 ETF ‘DRAM’을 토큰화해 상장했다.
미국에서도 한국 반도체 기업 기반 상품 출시가 추진되고 있다. 레버리지셰어즈는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티-렉스(T-Rex)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내 상품 흥행 가능성은 높지만 투자자 선택은 갈릴 듯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해외 상장 레버리지 ETP 사례와 한국 투자자의 투자 성향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로 유입될 자금은 소극적 유입 시 1조7000억원, 적극적 유입 시 5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 상품은 투자자 보호 규제를 적용받는다.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배율을 ±2배 이내로 제한하고 있으며, 투자자는 사전 교육을 이수하고 최소 1000만원의 기본 예탁금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투자자 이동 여부는 세금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해외 상장 ETP는 매매차익에 22%의 양도소득세가 적용되는 반면, 국내 상장 상품은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양도소득세 부담이 있는 투자자들은 국내 상품으로 상당 부분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고액 자산가들은 기존 홍콩 상품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 상품의 토큰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이 관계자는 “2배 레버리지 상품 자체는 홍콩에서도 지난해 처음 나온 만큼 한국이 특별히 늦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국내 증시가 열리지 않는 시간대의 거래는 투기적 성격이 강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야간 가격을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