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 국채 금리 급등과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시장을 압박하면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이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비트코인은 장중 7만7000달러선을 두 차례 회복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주요 알트코인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최근 이어졌던 강세 랠리 이후 현물 매도 압력이 커진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과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각) 코인마켓캡 기준 전체 디지털자산 시가총액은 2조5400억달러 수준을 유지했고 CMC20 지수는 155.17로 0.21% 하락했다.
비트코인(BTC)은 전일 대비 0.11% 하락한 7만6873.29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이날 7만6200달러에서 7만7245달러 사이를 오가며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주간 기준으로는 4.78%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약 1조5400억달러를 유지했다.
이더리움(ETH)은 2114달러로 24시간 기준 0.50% 하락했고 엑스알피(XRP)는 2.22% 내린 1.35달러를 기록했다. 솔라나(SOL)는 0.83% 하락한 84.37달러에 거래됐으며 도지코인(DOGE)은 1.38% 밀린 0.103달러를 나타냈다. 바이낸스코인(BNB) 역시 639.86달러로 0.71% 하락했다.
반면 트론(TRX)은 주요 코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트론은 24시간 기준 0.13% 하락에 그쳤고 주간 기준으로는 1.72% 상승하며 방어적인 흐름을 보였다.
알트코인 시즌 지수 32…공포 심리 확대
알트코인 시즌 지수는 32를 기록하며 비트코인 중심 장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평균 RSI는 40.24로 과매도 구간에 근접했고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얼터너티브 탐욕·공포 지수는 38을 기록하며 ‘공포(Fear)’ 단계에 진입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비트코인 약세가 단순 선물시장 청산보다는 현물시장 중심 매도 확대에 따른 조정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비트코인은 최근 8만1700달러 부근 저항 돌파에 실패한 이후 상승 동력이 약화된 상태다.
미·이란 긴장 고조에 위험자산 흔들
이날 시장은 중동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 계획을 연기하면서 비트코인은 장중 두 차례 7만7000달러를 돌파했지만 상승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이란이 강경한 조건을 담은 새로운 제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확대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주말까지 협상 시한을 제시했다는 보도가 더해지며 군사 충돌 우려가 다시 시장을 압박했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도 장중 상승폭을 반납했다. 나스닥과 S&P500 그리고 다우지수는 장 후반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고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 압력이 확대됐다. 국제유가 역시 배럴당 105달러 부근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미 국채 금리 급등…ETF 자금 유출도 부담
디지털자산 시장 약세 배경에는 미국 금리 급등도 자리하고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5.20%까지 상승하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4.68%까지 올랐고 2년물 금리도 4.11%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ME 페드워치 기준 시장은 올해 한 차례 이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6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해 “그가 원하는 대로 하게 둘 것”이라며 “매우 유능한 인물이고 좋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도 시장 부담을 키웠다. 외신에 지난 18일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약 6억4900만달러 규모 순유출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블랙록 IBIT ETF에서만 약 4억4800만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온체인 데이터에서도 거래소 유입 물량 증가가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최근 하락이 레버리지 청산보다는 실제 현물 매도 압력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숏 청산 랠리였다”…시장 전문가들 경고
테드 필로우즈(TedPillows) 시장분석가는 X(옛트위터)에 “최근 비트코인 랠리는 숏 포지션 청산에 의해 주도됐다”며 “현물 매수 기반 상승이 아니었다는 점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세스(@seth_fin) 트레이더는 “8만2000달러 부근부터 롱 포지션 청산이 예상대로 진행됐다”며 “이제는 숏 포지션을 겨냥한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추가 하락으로 롱 포지션을 흔든 뒤 반등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과열 양상은 다소 진정됐다.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이날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약 1억7500만달러 규모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됐다. 이 가운데 롱 포지션 청산 규모는 약 173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기록된 8억달러 이상의 전체 청산 규모와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전날에는 약 2억2300만달러 규모 롱 포지션이 청산되며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청산 규모 감소가 단기 과열이 일부 해소됐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현물 매도 압력이 지속될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 매수 지속… “7만5000달러 지지 여부 중요”
기관 차원의 비트코인 매집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스트라이브(Strive)는 이날 비트코인 332개를 추가 매입했다고 밝혔다. 평균 매입 단가는 7만9348달러이며 총 매입 규모는 약 3030만달러다.
이번 매입으로 스트라이브의 전체 비트코인 보유량은 1만5391BTC로 늘었다. 보유 가치는 약 12억달러 수준이다. 다만 비트코인 약세 영향으로 스트라이브 주가는 이날 2.2%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7만5000달러선이 핵심 지지 구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7만2000~7만5000달러 구간이 과거 강한 매집이 이뤄졌던 영역인 만큼 매수세 유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해당 구간이 무너질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트코인이 단기 저항선인 8만1700달러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조정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 공포 심리가 과도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탐욕·공포 지수가 극단적 공포 구간에 진입한 이후 단기 반등 랠리가 나타난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국채 금리 흐름과 중동 지정학 리스크 그리고 비트코인 ETF 자금 동향이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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