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채권시장 전반 매도세를 촉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19일(현지시각) 장중 5.19%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다시 반영되기 시작했다.
유럽과 아시아 채권시장에서도 동반 약세가 나타났고 미국 증시 역시 하락 압력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최근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진 점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을 포함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재정적자 확대 역시 장기채 매도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아제이 라자드약샤 바클레이스 글로벌 리서치 회장은 “부채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보다 빠르고 재정개혁 의지도 부족하다”며 “장기채 투자 매력이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몇 달 사이 연준 전망이 급변했다고 보고 있다. 중동 전쟁 초기였던 지난 2월 말만 해도 투자자들은 올해 최대 세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는 연말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벤저민 슈뢰더 ING 전략가는 “시장이 명확한 긴축 성향으로 이동했다”며 “에너지 가격 충격이 단기적 인플레이션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차기 연준 의장으로 확정된 케빈 워시 체제에서 시장 친화적 완화 정책보다 물가 대응 우선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재무부도 최근 장기물 대신 단기물 중심으로 국채 발행 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국 30년물 금리 5% 수준을 오랫동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다. 과거에는 해당 수준에 도달하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드 알후사이니 컬럼비아스레드니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는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국 재무부의 5월 장기채 입찰 역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는 금리에서 발행됐다. 하지만 수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재정적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국채 전문딜러들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9월 종료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약 1조9500억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2조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로라 쿠퍼 누빈(Nuveen) 전략가는 “현재 시장은 단순한 인플레이션 위험뿐 아니라 재정 리스크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채권금리 급등은 주식시장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부채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주가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러셀2000지수는 이날 장중 약 1% 하락했고 최근 3거래일 누적 낙폭은 4%를 넘어섰다.
S&P500과 나스닥100지수 역시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이안 린전 BMO캐피털마켓 전략가는 “30년물 금리가 향후 몇 주 안에 5.25%까지 오를 경우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 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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