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이 미국 통화감독청(OCC)의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기업 신탁은행 인가를 강하게 비판했다. 리플(Ripple), 코인베이스(Coinbase), 써클(Circle) 등 주요 디지털자산 기업들이 사실상 은행 역할을 하면서도 은행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블록에 따르면 워런 의원은 19일(현지시각) 조너선 굴드 OCC 청장에게 서한을 보내 디지털자산 기업들에 대한 국가 신탁은행(charter) 승인 과정의 적법성과 이해관계 문제를 제기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서한에서 “지난해 12월 이후 최소 9개 디지털자산 기업이 국가 신탁은행 인가를 받았다”며 “이들은 제한적 신탁업무를 넘어 사실상 은행 기능을 수행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기업은 은행이 수반해야 하는 핵심 안전장치와 규제를 회피하려는 ‘크립토 은행’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워런 의원은 특히 리플, 써클, 팍소스(Paxos), 피델리티(Fidelity), 비트고(BitGo), 코인베이스 등을 문제 사례로 언급했다.
OCC는 지난해 말 국가 신탁은행 설립을 위한 연방 인가 신청 기업들에 조건부 승인을 부여했다. 써클의 경우 ‘퍼스트내셔널디지털커런시은행(First National Digital Currency Bank)’ 설립과 연계돼 있다. 이후 OCC는 브리지(Bridge), 코인베이스, 크립토닷컴(Crypto.com) 등에도 추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워런 의원은 이들 기업 사업 모델이 전통적 신탁 업무를 중심으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부분 사업계획서에는 실질적 수탁(fiduciary) 업무 내용이 부족하다”며 “오히려 비수탁 커스터디, 결제 서비스, 대출, 스테이블코인 관련 활동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더블록에 따르면 해당 인가들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예금을 받을 수는 없고 전통적 상업 대출도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통과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GENIUS Act’ 체계 아래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은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OCC의 신탁은행 인가가 디지털자산 기업들의 미국 금융권 진입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은행업계 역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행협회(ABA)는 지난 2월 OCC에 디지털자산 기업 대상 국가은행 인가 확대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ABA는 청산 체계와 연방 감독 기준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워런 의원은 “이 같은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은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OCC에 승인된 9개 기업의 인가 신청서 원문과 법률 검토 자료, 백악관 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족과의 관련 소통 내역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제출 시한은 다음달 1일까지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디지털자산 산업 제도권 편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은행 규제 범위를 둘러싼 정치권 충돌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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