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토큰화 주식 거래를 허용하는 새로운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 형태로 미국 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전통 증권시장과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SEC는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로 불리는 제도를 통해 토큰화 주식 거래를 위한 새로운 틀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SEC가 기업 승인 없이도 제3자가 특정 상장주식 가격을 추종하는 토큰을 발행·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SEC ‘혁신 면제’ 추진..‘애플 토큰’도 거래 가능해지나
토큰화 주식은 애플이나 아마존 테슬라 같은 상장기업 주식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 형태로 구현한 자산이다.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지갑과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통해 해당 토큰을 거래할 수 있으며 기존 증시와 달리 24시간 거래와 빠른 결제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SEC가 검토 중인 핵심은 ‘제3자 토큰(Third-party token)’ 허용 여부다. 이는 기업이 직접 발행한 주식이 아니라 외부 사업자가 특정 종목의 주가 흐름을 추종하도록 만든 일종의 합성자산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제3자가 애플 주가와 연동되는 토큰을 만들어 디파이(DeFi)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다만 이런 토큰이 실제 주식과 동일한 권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토큰은 의결권이나 배당 권리가 없을 수 있다. SEC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이러한 권리를 제공하지 않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토큰 상장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YSE·나스닥도 토큰화 경쟁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증시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주식 거래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같은 중앙화 거래소 중심으로 운영돼 왔지만 앞으로는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플랫폼에서도 동일한 주가를 추종하는 자산이 동시에 거래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주요 금융기관과 거래소들도 토큰화 시장 선점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주식·ETF 거래 플랫폼 구축에 나섰고 나스닥 역시 상장사가 토큰화된 자사 주식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검토 중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불리시(Bullish)는 최근 42억달러 규모 거래를 통해 미국 주식 명의개서 대행업체 에퀴니티(Equiniti)를 인수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토큰화가 최근 암호화폐 업계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토큰화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사모대출 등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업계는 이를 통해 거래 비용을 줄이고 결제 시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글로벌 투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 분절화 우려”…SEC 내부도 의견 엇갈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 증권업계와 규제 당국 일각에서는 토큰화 주식이 시장 분절화를 심화시키고 투자자 보호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일한 기업 주식을 기반으로 여러 형태의 토큰이 동시다발적으로 거래될 경우 가격 투명성과 시장 질서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렛 레드펀 시큐리타이즈 사장 겸 전 SEC 거래시장국장은 “제3자가 기업 동의 없이 애플이나 아마존 토큰을 발행할 수 있게 되면 같은 기업을 추종하는 수많은 형태의 자산이 시장에 등장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실제 자신이 보유한 자산 가치가 무엇인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SEC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관계자들은 제3자 토큰 거래 허용이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KYC) 등 기존 증권시장 규제를 우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 등 친암호화폐 성향 인사들은 혁신 실험을 위해 일정 수준 규제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