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채권 금리 급등세가 다시 미국 증시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면서, 화려한 랠리를 펼치던 뉴욕 증시 내부에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금리 상승에 취약한 중소형주와 경기 민감주인 소비재·주택 관련 섹터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욕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장중 4.631%까지 치솟으며 2025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했고, 이로 인해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채권 매도세를 부추겼다.
증시 전문가들은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 위치한 만큼, 금리 발작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압박이 어느 때보다 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슈아 바론 새비 어드바이저스 자산관리사는 “기업의 가치가 미래 현금 흐름, 저렴한 부채 조달, 혹은 탄탄한 소비 심리에 의존하고 있다면 이번 국채 금리 급등은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빚으로 버틴 중소형주, 조달 비용 압박에 ‘러셀2000’ 휘청
이번 금리 상승 국면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중소형주다. 대기업에 비해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고 채권 발행이나 은행 대출 등 부채 조달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기업들은 금리가 오르면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소형주들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대형주와 달리 미국 내수 경제에 집중되어 있어, 고금리로 인한 경기 둔화의 충격을 온몸으로 맞게 된다. 매슈 미스킨 매뉴라이프 존 핸콕 인베스트먼트 공동수석투자전략가는 “중소형주는 소비자와 자본 시장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는데, 고금리 환경에서는 이 두 축이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단했다.
특히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한 성장 단계의 중소형사들은 미래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주가가 책정된다. 그러나 안전자산인 국채 금리가 이처럼 높아지면, 투자자들 입장에서 불확실한 미래 가치 대신 당장 높은 수익을 주는 국채로 자금을 이동시키기 때문에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실제로 금리 급등 공포가 시장을 덮친 지난 15일,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하루 만에 2.4% 폭락하며 작년 11월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고금리·고유가 ‘이중고’… 소비재·주택주에 가해진 시련
소비재와 유통주 역시 이른바 이중고에 직면했다.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대출 금리와 유가가 동시에 치솟는 현 상황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전형적인 악재”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우려를 반영하듯 유통·소비재 기업을 골고루 담은 ‘인베스코 S&P 500 동일가중 소비재 ETF’는 최근 고점 대비 밀리며 올해 들어서만 8% 가까이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과 직결된 주택 건설 관련주도 얼어붙었다. 필라델피아 주택지수(HGX)는 지난 금요일에만 3.3% 급락했다. 세스 히클 마인드셋 웰스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끈질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될 조짐”이라며 “하필 일 년 중 가장 활발해야 할 주택 매수 성수기에 금리가 치솟으면서 구매자들이 매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전통적인 자산 시장의 ‘배당 대피처’로 꼽히던 유틸리티 섹터도 빛이 바래고 있다. 안전한 미 국채 수익률이 4.6%대까지 올라오면서 유틸리티 섹터의 평균 배당수익률(2.9%)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에드 클리솔드 넷대비스 리서치 수석전략가는 “금리 상승이 배당 매력을 갉아먹는 것은 맞지만, 증시 전반이 무너지는 폭락장이 온다면 변동성이 낮은 유틸리티 주가 방어주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평가 논란 기술주, 금리 급등 유탄 피할까
그동안 뉴욕 증시의 질주를 이끌었던 기술주와 반도체 섹터도 시험대에 올랐다. 기술주 역시 밸류에이션의 상당 부분이 미래 수익에 저당 잡혀 있어 금리 상승기에 멀티플(배수) 축소 압박을 강하게 받는다. 실제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 금요일 1.5% 하락 마감했다.
리처드 레일 퀘스타 캐피털 파트너스 CIO는 서면 논평을 통해 “국채 금리의 가파른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다소 과열(Frothy) 양상을 보였던 기술주의 주도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의 강력한 펀더멘털이 이번 금리 충격을 흡수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가진 메가캡(초대형) 기술주들은 고금리 환경에서도 견고한 실적 성장을 증명해 왔기 때문이다.
매슈 미스킨 스트래티지스트는 “현재 기술주 섹터는 가파른 상승 이후 단기 과매수에 따른 냉각기를 거치는 것일 뿐”이라며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매크로 금리 충격으로부터 가장 격리되어 있는 안전지대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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