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동녘 에디터] 글로벌 최대 크립토 ETP(상장지수상품) 발행사 중 하나인 21쉐어즈(21shares)의 던컨 모이어(Duncan Moir) 사장은 한국을 “미국 다음으로 큰 자산운용 기회”로 지목했다. 그는 “원화로 결제되는 가상자산 거래량은 달러에 이어 세계 2위”라며 “규제만 풀리면 ETF·ETP가 한국 리테일 투자자에게 더 좋은 유동성과 더 낮은 스프레드, 더 안전한 수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애미 컨센서스 2026 현장에서 만난 모이어 사장은 애버딘(Aberdeen) 디지털자산 부문장을 거쳐 지난해 21쉐어즈 사장에 취임했다. 헤데라 해시그래프 LLC 독립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며, 신한·LG 등 한국 주요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도 보유하고 있다. 21쉐어즈는 지난해 말 디지털자산 프라임 브로커리지 팰컨X(FalconX)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원화 결제 가상자산, 세계 2위…한국은 사실상 다음 美 시장”
대화는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시작했다. 모이어 사장은 “21쉐어즈 입장에서 한국은 6~9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플랜을 준비해 온 시장”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세계 최대 자본시장이고, 크립토 자산운용에서도 가장 큰 기회인 건 분명합니다. 그다음 기회를 꼽으라면 저는 한국을 봅니다. 현물·파생 시장은 이미 큰 기회입니다. 거기에 우리가 기대하는 규제 변화가 이뤄지면 ETF·ETP를 리테일에 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
그는 ETF/ETP의 장점으로 △ 거래소 직접 매수 대비 더 나은 유동성과 좁은 스프레드 △ 규제된 커스터디언 기반의 보안 △ 여러 자산을 바스켓으로 묶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21쉐어즈는 2018년 세계 최초로 물리적 백트 크립토 ETP를 출시했는데, 그 첫 상품 자체가 단일 코인이 아닌 바스켓이었다. “우리는 바스켓 상품과 액티브 운용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한국 시장은 적절한 파트너만 찾는다면 우리에게 굉장한 기회”라고 그는 말했다.
규제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했다. “선거 기간 양측 모두에서 크립토 ETF 개방 얘기가 많았고, 기관 쪽에서는 이미 일부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다만 리테일 개방은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죠. 그래도 올 거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연내 규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에는 “그러길 바랍니다. 신흥 자산군에 관심이 있는 이용자가 가장 많은 나라니까요. 많은 기회가 있을 겁니다”라며 웃었다.
“ETF=패시브? 옛말…액티브 바스켓 시대로”
모이어 사장은 ETF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TF는 단지 ‘래퍼(wrapper)’일 뿐이며, 전통 자산에서 이미 액티브 ETF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ETF를 패시브와 동의어로 생각하지만, 사실 ETF는 그릇일 뿐입니다. 주식에서도 액티브 ETF로 자산운용사들이 이동하고 있고, 크립토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단일 ETF만 원하는 투자자들은 그쪽으로 가면 되고, 그 외에는 바스켓, 그리고 액티브 운용 바스켓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겁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해서 “5천만 인구가 세계 2위 거래량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한국인 특유의 위험 감수 성향이 작용한다”는 해석에 동의하면서도 표현은 조심스럽게 골랐다. “한국은 가상자산뿐 아니라 워런트 같은 구조화 상품에서도 강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죠. 그렇기 때문에 액티브 운용 상품의 매력이 클 겁니다. 알파 창출 능력에 베팅하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테니까요.”
알파는 어디서 나오나? “변동성과 행태 편향의 모델화”
거대 운용사가 알파를 만들기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21쉐어즈는 어떻게 풀고 있는지 물었다. 그의 답은 명료했다.
“크립토의 가장 큰 매력은 변동성입니다. 모두가 변동성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변동성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추가 수익의 기회를 만듭니다. 여기에 가격 추격이나 리스크 오프 이벤트에서의 매도 같은 행태적 편향(behavioral bias)을 모델로 풀어낼 수 있죠.”
대표적 예시로 든 것이 모멘텀 모델이다. 가격이 오를수록 더 사고, 떨어지면 비중을 줄이는 전형적 시스템 트레이딩이다. 거래량 모멘텀, 즉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비중을 조절하는 변형도 가능하다.
다만 그는 “결국 시스템만으론 부족하다. 재량적(discretionary) 판단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21쉐어즈는 리서치, 캐피털 마켓, 전략 팀을 별도로 두고 크립토와 전통 시장을 함께 본다. 두 시장이 같다고는 못 해도, 점점 더 연결되고 있는 건 분명하다는 해석에서 나온 선택이다.

그는 21쉐어즈가 ETF/ETP 발행사를 넘어 풀서비스 크립토 자산운용사로 확장 중이라고 밝혔다. 패시브 현물 바스켓, 헤지펀드, 그리고 VC를 포함한 사모 시장까지 라인업을 갖춰가는 중이다. “팰컨X의 자회사가 된 것은 큰 기회입니다. 트레이딩, 렌딩, 프라임 브로커리지 전반에 걸친 역량을 확보했고, 시장 어느 곳보다 폭넓은 상품군을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美 vs 유럽 ETP, 격차의 진짜 의미
ETP 시장의 지역 격차에 대해서는 미국 자본시장이 유럽의 4배 규모지만 크립토 ETF는 미국이 유럽의 10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유럽의 성장 잠재력은 오히려 더 크다는 분석을 전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아직 시장이 완전히 열리지 않았습니다. ‘유럽’이라고 묶어 부르지만 실제로는 스위스·독일·노르딕, 일부 프랑스·이탈리아 기관 정도입니다.”
플로우 패턴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고 했다. “미국은 작년 11~12월에 큰 순유출을 봤고, 올해 1월도 마이너스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작년 11월 한 달을 제외하면 일관되게 순유입이었습니다. 유럽 투자자들은 변동성에 익숙하고, 기관 비중도 더 높아서 가격 조정을 매수 기회로 봅니다.”
특히 그는 이더리움 스테이킹 ETP에서 유럽의 우위를 강조했다. “21쉐어즈는 2019년 즈음부터 스테이킹 ETP를 운용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더리움 ETF 중 스테이킹을 적용한 상품이 절반도 안 됩니다. 유럽 상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죠.”
APAC 시장 전망을 묻자 모이어 사장은 “이미 크립토에 대해 매우 성숙한 시장”이라며 결을 달리했다.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이 ETF의 주역이지만, APAC은 직접투자가 워낙 발달해 있어 더 넓은 알트코인 상품에 대한 지지가 더 클 겁니다.”
이미 호주에서는 글로벌X와의 파트너십으로 비트코인·이더리움 ETF를 운용 중이다. “APAC에서 우리가 제공할 교육과 마케팅 콘텐츠는 미국보다 훨씬 더 전문적인 수준이 될 겁니다. 다만 나라마다 언어와 규제가 달라 한 번에 가긴 어렵습니다. 지금은 한국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 진출 시나리오 “현지 운용사와의 파트너십이 가장 강력한 옵션”
그는 한국 진출 방식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 한국 내 판매를 위한 ETF 등록 후 직접 프로모션 △ 현지 브로커를 통한 판매 협업 △ 현지 운용사와 손잡고 한국 도미사일 크립토 ETF를 공동 개발하는 것이다.
“마지막 옵션이 가장 강력한 솔루션일 겁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자국 시장 투자를 유도하고 싶을 테니까요. 이상적으로는 한국거래소에 직접 상장돼 유럽이나 미국으로 자금이 나가지 않게 되는 게 좋습니다.”
만약 한국 시장이 열린다면 어떤 상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고 싶냐고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한 뒤 답했다.
“바스켓 상품을 정말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단일 코인 상품도 비트코인 단독 노출을 원하는 투자자가 분명히 있을 테니 가치가 있습니다. 또 미국에서 운용 중인 레버리지 상품도 한국에서 잘 작동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액티브 운용 상품도 다음 단계가 될 겁니다. 단점은 설명할 게 더 많다는 것이죠. 현물 비트코인 ETP는 이해하기 쉽지만, 액티브는 투자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한국 금융사들의 디지털자산 전략, 美·유럽과 닮아 있다”
올해 들어 한국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이 크립토 상품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에 모이어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대화해 본 한국 금융사들의 디지털자산 전략은 유럽·미국과 꽤 비슷하게 짜여 있습니다. 일부는 자체 상품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다만 제 관점에서는, 결국 투자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경쟁사보다 더 좋은 품질의 상품입니다. 그러려면 이 자산군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과 손을 잡는 게 좋습니다.”

그는 21쉐어즈가 이 자산군에서 가장 긴 트랙 레코드를 갖고 있고, 여러 베어마켓을 통과한 운영 팀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들었다. “많은 한국 금융사가 스스로 만들어보려 할 겁니다. 하지만 파트너십을 활용하면 시장 진입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그는 짧고 분명하게 답했다.
“한국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시장입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지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교육하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데 매우 적극적입니다. 시장이 열리는 그 시점에는 한국 현지에 더 강한 존재감을 갖추고 들어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블록미디어가 만난 모이어 사장은 인터뷰 막바지에 “서울에는 몇 차례 와봤다”며 “다음에는 더 자주 보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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