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 이론적 토대, 빠르게 확산 중
경제적 효용 있지만, 사실상 스포츠 베팅이 주력
내부자 거래, 법적 쟁점도 존재
[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예측 시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 금융당국과 월가가 고민에 빠졌다. 탄탄한 이론적 토대와 높은 경제적 효용은 증명이 됐지만, 내부자 거래 등 현실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떄문이다.
1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는 장문의 분석 기사에서 미국의 예측 시장이 중대한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측 시장이 사회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이유
예측 시장 옹호론자들은 이 시장이 단순한 사행성을 넘어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경제적 위험 관리(Hedging) 기능을 제공하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주장한다. 특정 선거 결과로 인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기업이 이를 일종의 보험으로 활용하거나, 스포츠 구단이 코치의 포스트시즌 진출 성과에 따른 보너스 지급의 변동성을 방어하는 데 예측 시장이 사용될 수 있다는 논리다.
더 나아가, 이 시장은 흩어진 정보를 효율적으로 취합하는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을 통해 높은 예측 정확성을 입증했다.
타렉 만수르(Tarek Mansour) 칼시(Kalshi) 최고경영자(CEO)는 파편화된 지식이 ‘가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회적으로 통합된다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의 자유 시장 이론을 예측 시장의 지적 기반으로 제시했다. 자유 시장 이론은 월가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는 전통적인 시장 이론 중 하나다.
실제로 저스틴 울퍼스(Justin Wolfers)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예측 시장은 기존 여론조사보다 일관되게 더 정확한 선거 예측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예측 시장의 인플레이션 및 금리 데이터가 기존 전문가 설문조사만큼 정확하다고 평가하며 그 유용성에 주목했다. 예측 시장이 효용성이 높다는 것은 증명이 된 셈이다.
스포츠 베팅과 예측 시장
이처럼 이론적 기반과 효용성이 검증 됐지만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현실의 예측 시장은 사실상 스포츠 베팅이 거의 전부라는 것. 이는 곧 도박성으로 연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칼시의 경우 스포츠 베팅이 전체 거래의 80%에 달한다. 구글에서 내부적으로 예측 시장을 연구했던 댄 슈워츠(Dan Schwarz))는 칼시를 가리켜 “소규모 예측 시장이 곁들여진 사실상의 스포츠 도박 웹사이트”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도박과 예측 시장을 가르는 핵심 기준은 해당 계약이 상업적 및 경제적 결과에 대한 합법적인 헤징 수단으로 기능하는지 여부다. 미국 항소법원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의 결과조차 스폰서, 광고주, 방송사 등에 막대한 재무적 파급력을 미치므로, 이를 헤지하는 행위는 단순한 도박과 법적으로 구별된다고 판결했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스포츠 베팅은 도박이 아니다. 구조적 측면에서도 예측 시장은 카지노처럼 승리가 보장된 ‘하우스(House)’가 존재하지 않는다.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는 양방향 선물 시장(Futures market) 형태를 띤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하지만 현실에서 투자와 도박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로버트 바틀렛(Robert Bartlett)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연구 책임자는 특정 정보가 개입된 시장에서는 시장 조성자(Market maker)가 사실상 카지노의 하우스처럼 63.4%의 압도적인 승률을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틀렛 연구 책임자는 정보가 없는 수많은 이른바 ‘낙관주의자(Optimist)’들이 돈을 잃어주면서 시장 조성자나 내부자가 이익을 챙기는 ‘낙관세(Optimism tax)’ 구조가 형성되었다고 비판했다.
정부 기밀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예측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워싱턴 정치권과 정부 기밀 정보를 악용한 내부자 거래가 골치다. 대표적으로 개논 켄 반 다이크(Gannon Ken Van Dyke) 미 육군 특수부대원은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축출 작전과 관련된 기밀을 이용해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40만 달러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반 다이크는 해당 작전에 대해 발설하지 않겠다는 기밀 유지 서약서에 서명했음에도, 사적 이익을 위해 정부의 비공개 정보를 남용했다.
이외에도 칼시는 자체 내부 조사를 통해 군 관계자들이 군사 작전 등의 기밀을 배우자와 공유하여 대리 베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 공격 연기를 발표하기 직전 원유 선물에 대한 베팅이 이례적으로 급증한 사건 역시 수사 기관의 집중 조사를 받고 있다. 플랫폼의 자체 규정을 위반하고 자신의 의회 선거 결과에 직접 베팅했다가 적발된 3명의 의회 후보자 사례도 예측 시장 내 도덕적 해이를 방증한다.
예측 시장 플랫폼을 규제하는 데 있어 법적 쟁점
예측 시장 플랫폼을 둘러싼 가장 큰 법적 쟁점은 ‘도박’의 정의를 둘러싼 관할권 분쟁에서 출발했다.
마이클 셀리그(Michael Selig) 상품선물거래위원회(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위원장은 예측 시장을 파생상품으로 규정한다. CFTC는 연방 차원의 강력한 규제 관할권을 주장한다.
반면, 주(State) 정부들은 이를 변형된 도박으로 간주해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 셀리그 위원장은 파생상품 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새로운 규제 도입을 예고했다.
워싱턴발 내부자 거래를 기존 법망으로 처벌하는 문제도 사법 당국에 중대한 난제를 안겼다. 현행 내부자 거래법은 기업 임원의 자사 주식 거래를 막기 위해 고안되었을 뿐이다. 입법이나 군사 작전에 베팅하는 행위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크리스티 골드스미스 로메로(Christy Goldsmith Romero) 조지타운 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 교수는 거래자가 정보의 기밀성을 인지하고 사익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았다는 명백한 증거, 즉 ‘스모킹 건(Smoking gun)’을 확보하는 것이 기소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로메로 교수는 성공적인 처벌을 위해 기밀 유지 서약서 위반과 같은 확고한 증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들의 불투명한 사용자 기록 보존 및 고객신원확인(KYC) 위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 맨해튼 연방검찰청(Manhattan U.S. Attorney’s Office) 총장은 법 집행 기관이 범죄자를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플랫폼이 투명한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레이튼 검찰총장의 지적처럼, 폴리마켓은 가상 사설망(VPN)을 통해 우회 접속하는 미국 사용자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으며, 연방 규제를 준수한다는 칼시조차 사용자의 고용주 정보를 수집하지 않아 내부자 거래의 사전 차단에 구조적 허점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