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시장에서 해킹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보험 가입 비율은 전체 예치금의 2%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보안보다 고수익을 우선시하면서 디파이 보험 시장은 사실상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파이 시장에서 수십억달러 규모 자금이 운용되고 있지만 실제 보험 보호를 받는 자금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코인데스크가 16일(현지시각) 디파이라마(DeFiLlama)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들은 지난 6년 동안 해킹과 보안 사고로 약 77억달러 피해를 입었다. 올해 4월에만 6억달러 이상 손실이 발생했다. 드리프트(Drift)와 켈프DAO(Kelp DAO) 해킹 사건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보험 가입 규모는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현재 디파이라마에 등록된 디파이 보험 프로토콜은 28개지만 전체 예치자산(TVL) 대부분은 넥서스뮤추얼(Nexus Mutual)에 집중돼 있다.
휴 카프 넥서스뮤추얼 창업자는 코인데스크 인터뷰에서 “디파이 TVL 가운데 보험 또는 보장 대상은 2% 미만”이라며 “이는 디파이 대중화의 가장 큰 장벽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해킹 방식 변화다. 초기 디파이 보험은 스마트컨트랙트 오류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스마트컨트랙트는 코드 감사와 위험 평가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러나 최근 대형 해킹은 개인키 탈취, 피싱, 사회공학 공격 등 오프체인(offchain) 보안 실패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휴 카프는 “대형 해킹 상당수가 운영 보안 실패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위험은 보험 가격 산정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보험사가 요구하는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비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켈프DAO 해킹도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공격자들은 브리지 메커니즘 취약점을 악용해 자산에 접근한 뒤 이를 담보로 에이브(Aave)에서 대출을 일으켰다. 휴 카프는 “브리지 위험 자체는 기존 보험 범위로 커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수익 추구 성향도 보험 시장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보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디파이 투자자 상당수는 연 2~3% 보험료조차 수익률 훼손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보안업체 서틱(CertiK)의 댄 쉬 감사 파트너는 “대부분 디파이 이용자는 수익 중심적이어서 몇 퍼센트 수익을 포기하고 보험에 가입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파이 보험 구조 자체의 문제도 지적된다. 보험 프로토콜 역시 디파이 생태계 위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동일한 해킹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디파이 붐 당시 급성장했던 커버프로토콜(Cover Protocol)은 해킹 이후 붕괴했다. 아머파이(Armor.fi), 브리지뮤추얼(Bridge Mutual), 타이달파이낸스(Tidal Finance) 등도 토크노믹스 문제와 이해상충 논란 속에 사실상 시장에서 퇴장했다.
가스파르 페두치 스펙트라파이낸스(Spectra Finance) 창업자는 “디파이 리스크를 또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로 보험 처리한 것은 결국 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을 더 쌓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새로운 접근법도 모색 중이다. 보험 상품을 별도로 판매하기보다 디파이 프로토콜 안에 기본 보장 기능을 내장하거나 특정 위험만 제한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이다. 일부 전문가는 전통 보험사와 연계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디파이 산업이 제도권 금융 수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안과 보험 체계 고도화가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킹 피해 규모가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보험 공백 문제가 장기적으로 디파이 성장 자체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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