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Y 주최 이더리움 세션, 재단 연구원·보안 리서처·데이터 분석가 한자리에
"재단은 시한부, 지역 커뮤니티가 미래"
"코드만 안전해선 부족"
"아시아 자본은 사라지지 않고 경로를 바꾼다"
[블록미디어 지승환 기자] [블록미디어 지승환 기자] 14일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 학내 블록체인 학회 ‘Blockchain at Yonsei(BAY)’가 주최한 이더리움 세션에는 학생과 개발자, 업계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무대 위의 첫 발표자는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 연구원 루카 자놀리니(Luca Zanolini). 그의 첫 마디는 도발적이었다.
“구글과 속도로 경쟁하려 한다면 이더리움은 이길 수 없다.”
이날 세션은 이더리움이라는 네트워크를 세 개의 서로 다른 각도에서 조명했다. 재단 연구원이 ‘철학과 미래’를, 포필러스(Four Pillars)의 보안 리서처 허시원(c4lvin·캘빈)이 ‘보안의 진화’를, 블록미디어의 강나연 에디터가 ‘아시아 자본의 회귀’를 각각 풀어냈다. 기술과 자본, 그리고 신뢰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를 한 자리에서 확인하는 자리였다.
루카 자놀리니 “재단은 시한부 조직… 사라져야 할 운명”
루카 연구원은 이더리움의 목적지를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했다. “전 세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중립적이고 탈중앙화된 레이어를 만드는 것.”
그는 효율성을 좇는 빅테크와 이더리움을 정면으로 대비시켰다. “구글은 막대한 자본과 중앙화된 구조로 효율을 극대화한다. 블록체인이 속도로 그들과 붙으면 승산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이더리움이 제공하는 것은 “속도를 조금 희생하더라도 그 누구도 검열할 수 없고, 사용자 자산을 빼앗을 수 없는 신뢰의 네트워크”라고 강조했다.
기술적 과제도 짧게 짚었다. 현재 64~95슬롯이 걸리는 최종 확정(Finalization) 시간을 3슬롯으로 줄이는 ‘3슬롯 파이널리티(3SF)’, MEV-boost 릴레이 중앙화 문제를 해소하는 ‘ePBS(Enshrined Proposer-Builder Separation)’ 등이 합의팀의 주력 과제다. 그러나 그는 곧 시선을 다시 철학으로 돌렸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재단의 역할에 대한 발언이었다. 루카 연구원은 “재단은 생태계를 돕는 역할일 뿐, 업데이트를 강요할 힘은 없다. 모든 것은 클라이언트 팀과 연구자, 커뮤니티의 합의로 결정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더리움 재단은 처음부터 ‘시한부’ 조직으로 구상됐다”고 단언했다.
“생태계가 충분히 자립하면 재단은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이더리움이 진정한 탈중앙화 네트워크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그는 한국에서 ‘이더리움 코리아’ 같은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흐름에도 주목했다. “재단이 사라진 미래에는 이러한 지역별 연구 허브와 커뮤니티가 이더리움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한국 개발자들에게 기대를 표했다. 대중화에 대해서는 “지금은 여전히 기술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 위주의 시장”이라며 “컴퓨터 공학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UX가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필러스 캘빈 “AI는 양날의 검… 코드가 안전해도 인프라가 뚫리면 끝”
두 번째 무대에 오른 허시원(캘빈) 포필러스 리서처는 더 현실적인 문제를 꺼냈다. ‘이더리움이 금융 인프라로 자리잡으려면, 보안의 정의부터 바꿔야 한다.
그는 보안 패러다임이 코드 감사(Audit) 중심에서 운영 보안(OpSec)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컨트랙트 코드 자체의 결함이 사고의 주범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명 키 노출, 인프라 침해, 피싱 같은 운영 계층의 사고가 훨씬 빈번하다”는 것이다.
캘빈 리서처는 “이제 코드가 안전하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관리자 키가 탈취되고 인프라가 공격받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시스템이 살아남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업계의 화두인 AI에 대한 시각도 명료했다. “LLM 기반 감사 도구들이 발전하면서 기본 취약점을 잡아내는 허들은 낮아졌다. 그런데 그건 공격자에게도 똑같은 무기를 쥐여준 셈”이라는 것이다. 그는 “공격자들은 AI로 더 복잡한 취약점을 훨씬 빠르게 찾아내고 있다”며 단순 자동화 도구 의존의 한계를 지적했다. 결국 “웹2의 탄탄한 보안 백그라운드 위에서 웹3 프로토콜의 특수성을 깊이 이해하는 전문 분석 역량”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기관 자금을 향한 메시지도 분명했다. 캘빈 리서처는 ‘1TS(1 Trillion Dollar Security) 이니셔티브’와 실시간 보안 대응 표준 ‘SEAL(Security Alliance)’을 소개하며 “기관이 안심하고 자금을 예치하려면 그 프로토콜이 1조 달러(약 1500조 원) 규모의 자산을 수용할 만큼 견고하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발생 즉시 대응하는 화이트해커팀(SEAL 911) 운영과 운영 보안 표준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못 박았다.
그가 청중에게 던진 마지막 당부는 직설적이었다. 그는 “웹3 이용자들은 높은 수익률에 눈이 멀어 보안이 검증되지 않은 프로토콜을 사용해오곤 했다”며 “사용자도 빌더도 실시간 모니터링과 즉각 대응 체계를 갖춘 프로젝트를 선별해 이들이 생태계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나연 “자본은 사라지지 않는다, 경로를 바꿀 뿐”
세션의 피날레는 강나연 블록미디어 에디터의 차례였다. 그는 ‘이더리움은 어떻게 다시 아시아로 돌아왔는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을 내걸었다.
강 에디터는 시계를 11년 전인 2015년으로 되돌렸다. “메인넷이 막 출시된 직후 재단 자금이 거의 바닥났을 때, 샤오펑(Xiao Feng) 완샹그룹 회장이 50만 달러로 41만 ETH를 매수했다. 그 사건이 오늘날 이더리움 생태계의 초석이 됐다.”
그는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중국어로 백서를 공부하고 상하이에서 해커톤을 열었던 일화를 언급하며 “비탈릭과 아시아 커뮤니티 사이에는 10년이 넘는 정서적·기술적 유대가 있다”고 평가했다.

핵심 메시지는 자본의 이동 경로에 있었다. “2021년 중국 규제를 피해 싱가포르와 두바이로 흩어졌던 자본이, ‘일국양제’라는 특수한 지위를 가진 홍콩을 거점으로 다시 집결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6개월간 이뤄진 이더리움 애플리케이션 길드(EAG) 출범과 홍콩 허브 오픈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했다. 강 에디터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비탈릭 부테린과 아시아 자본이 제도적으로 다시 결합하는 상징적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강 에디터는 블록미디어 자체 지표인 ‘코생지(Coin Liveness Metrics·CLM)’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더리움은 1년 내내 활동성 상위 10%를 유지했지만, 실제 가격 반응은 내러티브와 늘 일치하지는 않았다”는 관찰을 전했다. 오히려 홍콩 허브 발표나 정식 오픈 시점에는 시장 평균을 밑도는 수익률(알파 하락)이 관측되기도 했다. 그는 “강한 내러티브 속에서도 실제 데이터상의 알파를 측정하는 일이 투자자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를 맺으며 강 에디터는 “자본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규제와 환경에 따라 경로를 바꿀 뿐”이라는 전망을 남겼다. 최근 홍콩을 통해 회귀하는 아시아 자본의 흐름이 한국 시장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줄 것이라는 진단이다. 강나연 에디터는 “향후 시간대별 활성 지갑 분석 등을 통해 아시아 자본의 움직임을 더 정밀하게 추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 사람이 그린 이더리움의 좌표, “성능 경쟁 넘어 다음 단계 나가야”
세 발표를 관통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이더리움의 다음 단계는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루카 연구원은 “재단마저 사라지는 진짜 탈중앙화”를 향한 철학적 좌표를, 캘빈 리서처는 “코드를 넘어선 운영 보안”이라는 인프라 좌표를, 강 에디터는 “신뢰와 자본이 회귀하는 지정학적 좌표”를 각각 제시했다. 학내 학회가 마련한 자리에서 재단·산업·미디어의 시각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세션이 끝난 뒤 적지 않은 학생들이 발표자 주변에 모여 질문을 이어갔다. 루카 연구원이 언급한 재단이 사라진 미래의 지역 허브가 어떤 모습일지, 그 단초를 학내 세션에서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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