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글로벌 금융시장은 15일(현지시각)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채권과 금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물가 우려 재확산이 시장 전반을 흔들면서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다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유가 급등에 인플레이션 우려 재점화
시장에서는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인내심이 많지 않다”고 언급했고 이란 외무장관 역시 미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협상 난항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5.38달러까지 상승하며 하루 동안 4% 넘게 올랐고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109달러선을 돌파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셉 트레비사니 FX스트리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채권시장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주도하고 있다”며 “WTI 가격이 95달러에서 105달러로 오르면 시장의 물가 기대 역시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향후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이번 주 발표된 미국 CPI와 PPI는 모두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10년물 금리 4.6% 근접…연준 추가 인상 가능성 재부상

이날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595%까지 상승하며 하루 동안 0.112%포인트 올랐다. 장중에는 4.599%를 기록하며 지난해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장기물인 30년물 국채금리도 5.13%를 돌파하며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2년물 국채금리는 4.086%까지 상승하며 2025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존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현재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 25bp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약 49.5%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 14.3% 수준과 비교하면 급격히 높아진 수치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날 “현재 통화정책은 좋은 위치에 있다”며 즉각적인 정책 변화 필요성은 없다고 밝혔지만 일부 연준 인사들은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경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마이크 샌더스 매디슨인베스트먼트 채권운용책임자는 “채권시장은 이제 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정상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며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달러 강세에 유로·엔·파운드 약세

달러인덱스(DXY)는 전장 대비 0.43% 상승한 99.007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99.30선까지 오르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최근 두 달 사이 가장 강한 주간 상승 흐름이다.
달러 강세 흐름 속에 주요 통화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39% 하락한 1.1623달러를 기록하며 5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주간 기준 낙폭은 약 1.4%로 최근 두 달 사이 가장 컸다.
엔화 역시 달러 대비 약세를 이어갔다. 달러·엔 환율은 158.74엔까지 상승했다. 일본의 4월 도매물가 상승률이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달러 강세 압력이 이를 압도했다.
영국 파운드화도 정치 불확실성 영향 속에 1.3323달러까지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2% 넘게 떨어지며 2024년 11월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에릭 넬슨 웰스파고 G10 외환전략 책임자는 “현재 달러 강세는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를 선반영한 결과”라면서도 “연준이 실제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인정하지 않을 경우 달러 강세 흐름은 다시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값 4500달러 초반대로 후퇴… “비수익 자산 부담 확대”

금 가격은 달러 강세와 채권금리 상승 압력을 동시에 받으며 하락했다. 이날 금값은 온스당 4537.56달러로 2.41% 하락했다. 장중 낙폭은 3%를 넘기기도 했다.
다우존스뉴스와이어에 따르면 뉴욕 금 선물은 온스당 4543.90달러까지 밀리며 주간 기준 4% 넘는 하락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은 가격 역시 9% 넘게 급락했다.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시장은 연준의 금리 전망을 다시 상향 조정하고 있다”며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과 은 같은 자산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채권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채권 비중을 줄이고 원유와 원자재 등 실물자산 비중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존 루크 타이너 앱터스캐피털어드바이저스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인플레이션이 높고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는 채권이 포트폴리오 방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원유와 농산물 같은 실물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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