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뉴욕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은 미국과 중국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실망감과 중동 지정학적 긴장 고조 영향으로 전반적인 약세를 나타냈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국제유가 상승이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코인이 동반 하락했다.
15일(현지시각) 코인마켓캡 기준 전체 디지털자산 시가총액은 2조6300억달러로 전일 대비 2.85% 감소했다. 주요 코인 흐름을 반영하는 CMC20 지수 역시 2.86% 하락한 160.37을 기록했다. 시장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 탐욕·공포 지수는 45를 기록하며 ‘중립’ 수준을 나타냈다. 알트코인 시즌 지수는 29로 비트코인 중심 장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비트코인 장중 7만9000달러선 이탈…이더리움·솔라나도 약세
비트코인(BTC)은 장중 한때 7만8611달러까지 밀리며 7만9000달러선을 다시 하회했다. 이후 일부 낙폭을 회복했지만 전일 대비 2.76% 하락한 7만9105.36달러선에서 거래됐다. 시가총액은 1조5840억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비트코인은 전날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가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 법안인 ‘클래리티(CLARITY) 법안’을 15대9로 통과시키자 8만2000달러를 돌파하며 강세를 보였지만 하루 만에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했다.
이더리움(ETH)은 24시간 기준 3.16% 하락한 2221달러를 기록했다. 솔라나(SOL)는 3.74% 내린 89.23달러에 거래됐으며 엑스알피(XRP)는 4.85% 하락한 1.43달러로 주요 코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나타냈다.
도지코인(DOGE)은 2.45% 하락한 0.1129달러를 기록했고, 바이낸스코인(BNB)은 0.89% 내린 673달러선에서 거래됐다. 하이퍼리퀴드는 24시간 기준 10% 넘게 급락하며 알트코인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을 반영했다.
미·중 회담 교착에 위험자산 매도…유가 급등 충격
시장 약세의 배경에는 미·중 정상회담 이후 확산된 위험회피 심리가 자리했다. 시장은 양국이 반도체와 AI 수출 규제 문제에서 별다른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면서 기술 패권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투자심리가 낙관론에서 경계 모드로 빠르게 전환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발언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이란 문제에 대해 정리 작업(clean-up work)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5달러를 돌파했고 브렌트유도 배럴당 109달러까지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를 자극하면서 연준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4.58%까지 상승하며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다시 반영하기 시작했다. 실제 CME 페드워치는 올해 최소 한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약 5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과 비교해 급격히 높아진 수치다.
하루 새 4억달러 청산…롱 포지션 대거 무너져
시장 급락 과정에서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도 대규모로 발생했다. 비트코인 하락 과정에서 비트코인 롱 포지션 약 8600만달러가 청산됐으며 숏 포지션 청산 규모는 1150만달러 수준에 그쳤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약 4억3300만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고 이 가운데 롱 포지션 청산 규모만 3억8200만달러에 달했다. 최근 상승세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가격 급락에 손실을 입으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분석가들 전망 엇갈려…“8만5000달러 유동성” vs “6만달러 가능성”
디지털자산 분석가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크립토리뷰잉은 이날 X(옛 트위터)에 “비트코인 8만2000~8만5000달러 구간 위로 8억8000만달러 규모 유동성이 존재한다”며 “반면 아래 7만6000~7만9000달러 구간에는 12억3000만달러 규모 유동성이 쌓여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및 주요 알트코인에 대한 데이터 기반 전략을 제시하며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주목했다.
반면 크립토심비오트(cryptosymbiiote)는 현재 시장을 지치게 만드는 약세장 구조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 참가자들이 바닥이 확인됐다고 믿고 있지만 현재는 유동성을 소화하는 과정에 가깝다”며 “8만6000달러 CME 갭을 메운 뒤 6만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단기 변동성 불가피…중장기 구조는 유지
코인피디아는 비트코인이 현재 7만5000~8만2000달러 구간에서 강한 매집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매체는 “7만6000달러 지지선이 유지될 경우 향후 8만2000달러 돌파와 함께 9만~10만달러 구간 확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온체인 지표 역시 장기 보유 성향 강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거래소 보유량은 올해 들어 최저 수준까지 감소한 반면 장기 보유자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가격 전망도 이어졌다. 잭 도시 블록 CEO는 비트코인이 2030년까지 100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을 언급했고,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는 기관투자 확대를 근거로 150만달러 전망을 유지했다. 번스타인은 올해 비트코인 목표가를 15만달러로 제시했으며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18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금리와 지정학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지만 제도권 자금 유입과 공급 축소 구조가 유지되는 한 비트코인의 중장기 상승 추세 자체는 훼손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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