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미국의 클래리티법안이 5개월 만에 상원 은행위원회 마크업 관문을 통과하며, 향후 10주 통과를 목표로 쟁점들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가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을 통과시키면서, 미국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은 본격적인 최종 입법 국면에 진입했다.
클래리티 법안은 15대 9로 은행위를 통과했다. 공화당 전원이 찬성했고, 민주당에서는 루벤 갈레고 의원과 안젤라 알소브룩스 의원이 합류했다. 막판까지 이어진 수정안 협상 끝에 확보한 초당적 표결이었다.
하지만 법안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남은 관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상원 농업위원회가 처리한 유사 법안과의 병합 및 최종안 조율이다. 둘째, 상원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넘길 60표 확보 여부다. 셋째, 상·하원 간 최종 문안 조율과 하원 재표결이다.
현재 상원 의석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앵거스 킹과 버니 샌더스 무소속 의원 2명(민주당 코커스 소속)이다. 공화당 의원 전원이 찬성하더라도 상원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피하려면 민주당계 의원 최소 7명의 지지가 필요하다.
문제는 민주당의 조건이다. 은행위 표결에서 찬성한 갈레고 의원과 알소브룩스 의원조차 본회의 찬성을 확약하지 않았다. 갈레고 의원은 윤리조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고 밝혔고, 알소브룩스 의원도 자신의 찬성표는 “선의의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라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트럼프 이해상충 막아야”…윤리조항이 최대 변수
핵심 쟁점은 윤리조항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이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와 가족의 디지털자산 산업 참여를 제한하는 이해상충 방지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리스 밴 홀런 의원은 대통령과 부통령을 포함한 고위 정부 관계자가 디지털자산 업계와 사업적 이해관계를 갖지 못하게 하는 수정안을 냈지만, 해당 수정안은 11대 13으로 부결됐다.
백악관은 특정인을 겨냥한 윤리조항에는 선을 긋고 있다. 백악관 고문 패트릭 윗은 최근 컨센서스 마이애미 2026에서 “특정 대통령만을 겨냥한 규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통령부터 신입 의회 인턴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칙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윤리조항은 단순한 부속 조항이 아니라 법안의 생사를 가를 변수로 부상했다. 디지털 챔버의 코디 카본 CEO는 윤리조항 합의가 이뤄지면 상원 본회의에서 60표 이상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합의가 실패하면, 은행위 통과에도 불구하고 본회의 문턱에서 법안이 멈출 수 있다.
상원 은행위 내부의 키맨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공화당에서는 팀 스콧 은행위원장, 신시아 루미스 의원, 톰 틸리스 의원이 법안 설계와 협상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본회의 통과의 실질 키맨은 민주당 스윙보터다.
The Senate Banking Committee (SBC) will markup CLARITY Act this week (Thursday, May 14).
If Democrats vote for the bill in markup, likelihood of ultimate passage on the Senate floor increases significantly.
Here’s our overview of SBC Democrats and their views on crypto. pic.twitter.com/fQ1OEgESwo
— Galaxy Research (@glxyresearch) May 10, 2026
갤럭시 디지털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루벤 갈레고, 안젤라 알소브룩스, 마크 워너, 캐서린 코르테즈 매스토, 앤디 김, 라파엘 워녹, 리사 블런트 로체스터 등 7명의 민주당 은행위 소속 의원을 핵심 변수로 짚었다. 이 중 갈레고와 알소브룩스는 비교적 친프레임워크 성향으로 분류됐고, 마크 워너·매서린 코르테즈 매스토·앤디 김·라파엘 워녹은 조건부 협상파로 평가됐다.
알렉스 손 갤럭시 디지털 리서치총괄은 조건부 협상파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이들은 디지털자산 규제 프레임워크 자체에는 열려 있지만, 자금세탁방지(AML), 불법금융, 국가안보 관련 안전장치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결국 결과는 건설적 입장을 보이는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몇 명이 실제 찬성표를 던지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의 벽…과거에도 수차례 법안 좌초
한편 상원 본회의에서 60표 이상이 필요한 데에는 필리버스터가 발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의 벽은 실제로 여러 법안을 좌초시킨 전례가 있다. 2010년 드림 액트(DREAM Act)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클로처 표결에서 55대 41에 그쳐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최종 표결에 오르지 못한 채 폐기됐다.
2021년 국민을 위한 법안(For the People Act)도 같은 장벽에 막혔다. 이 법안은 투표권, 선거자금, 게리맨더링, 공직자 윤리 규정을 포함한 대형 민주주의 개혁 법안이었으나, 상원 토론종결 표결에서 50대 50에 그쳐 진행되지 못했다. 2022년 ‘투표의 자유, 존 루이스 법안(Freedom to Vote: John R. Lewis Act)’ 역시 상원 표결에서 49대 51로 부결되며 좌초됐다.
반면 1964년 민권법은 필리버스터를 돌파한 대표적 사례다. 남부 보수 성향 의원들의 장기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상원은 71대 29로 토론종결을 가결했고 법안은 최종 통과됐다. 차이는 초당적 연합이었다. 다수당만으로는 부족했지만, 반대 당 일부를 설득해 60표 장벽을 넘겼다.
클래리티 법안도 같은 시험대에 올라 있다. 공화당 단독으로는 부족하다. 민주당 스윙표를 묶어낼 수 있는 윤리조항, 금융범죄 방지 장치, 디파이 규제 기준이 최종안에 어느 정도 반영되느냐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핵 옵션(nuclear option)’ 가능성도 거론된다. 핵 옵션은 상원 다수당이 특정 안건의 의결 요건을 60표에서 단순 과반으로 낮추는 절차다. 민주당은 2013년, 공화당은 2017년 각각 인사안 처리를 위해 핵 옵션을 사용한 전례가 있다. 다만 일반 입법안에 핵 옵션을 적용하는 것은 상원 규칙 전체를 흔드는 문제인 만큼, 클래리티 법안 처리 수단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간도 많지 않다. 상원은 여름 휴회와 중간선거 일정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8월 이전 상원 표결이 이뤄져야 연내 처리 가능성이 살아난다고 본다.
결국 클래리티 법안의 남은 관문은 기술적 입법 절차가 아니다. 법안은 이제 시장구조 규제 법안을 넘어 정치적 타협의 시험대에 섰다. 트럼프 일가의 디지털자산 이해관계, 민주당의 윤리조항 요구, 공화당의 산업 육성 기조, 그리고 상원 60표 장벽이 한꺼번에 맞물려 있다.
클래리티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테이블까지 가려면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상원 농업위안과 은행위안의 병합, 민주당 스윙표를 붙잡을 윤리조항 타협, 그리고 중간선거 전 입법 골든타임 사수다.
김지원 KB증권 디지털자산 애널리스트는 “공직자 윤리 조항·불법 금융 관련 조항은 여전히 미결인 가운데, 농업위원회 통과 법안과 합본 후 본회의 표결 (60표 초과 요건)이 진행되어야 하며, 폴리마켓 기준 2026년 내 입법 확률은 62~69%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25일 메모리얼 데이 휴회 전 상원 처리 여부가 다음 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정책 골든타임②] 연내 통과까지 10주…클래리티, 트럼프 테이블까지 가려면 [정책 골든타임②] 연내 통과까지 10주…클래리티, 트럼프 테이블까지 가려면](https://cdn.blockmedia.co.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01-13222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