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막고 규제만 강화”… VASP 절반 재신고 탈락 위기
28개 사업자 중 15곳 재무기준 미달… 13곳은 자본잠식 상태
[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오는 8월20일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이 재신고 문턱에 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채비율 등 재무 건전성 기준을 대폭 강화했지만, 정작 신규 사업과 서비스 확장은 제한돼 있어 중소 사업자들은 수익 기반 확보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8일 한국평가데이터(KODATA),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혁신의숲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수리된 VASP 28개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5곳이 개정 특금법상 재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3곳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재신고 문턱 높아졌는데… 가상자산사업자, 절반이 기준 ‘미달’
지난달 30일 기준 FIU가 공개한 신고 수리 사업자는 업비트(두나무),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스트리미)를 비롯해 플라이빗, 포블(포블게이트), 비블록(그레이브릿지), 프라뱅, BTX(차일들리), 코어닥스, 오케이비트, 오하이월렛, 비댁스, 인엑스 등 총 28개사다.
본지가 각 사 최신 재무자료를 분석한 결과 15개 사업자가 부채비율 200%를 초과하거나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는 2025년 기준 최신 공시자료를 우선 활용했으나, VASP 대부분은 비상장 중소기업으로 외부 공시 의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최근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곳들은 2021~2024년 자료를 기준으로 집계했다.

원화거래소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유지했다. 두나무의 부채비율은 112.39%, 빗썸은 49.30%, 코인원은 5.73%, 코빗은 106.46%로 기준치를 충족했다. 반면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고파이 미상환금 관련 부채 영향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스트리미의 부채비율은 -106.16%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포블, BTX, 코어닥스, 비블록, 오케이비트, 프라뱅, 오하이월렛, 비댁스, 웨이브릿지 프라임, 인엑스 등 다수 사업자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이빗과 보라비트 역시 부채비율이 각각 307.32%, 943.46%로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
최근 공시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사업자는 13곳에 달했다.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2185억원으로 자본잠식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코어닥스(-107억6000만원), 인엑스(-93억60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프라뱅(-50억8000만원) △비댁스(-38억4000만원) △오아시스거래소(-32억9400만원) △BTX(차일들리·-28억9200만원) △비블록(그레이브릿지·-26억2100만원) △웨이브릿지 프라임(-21억3600만원) △오하이월렛(-19억6600만원) △오케이비트(-16억100만원) △커스텔라(-6억900만원) △포블(포블게이트·-4억7800만원) 등이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상당수 사업자가 오는 11월까지 재무 구조를 개선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개정 특금법 시행일인 오는 8월20일부터 기존 사업자들은 3개월 내 재신고 절차를 마쳐야 한다.
“돈 벌 사업은 막혀 있는데 재무만 보강하라”
업계는 문제의 핵심이 단순 재무건전성이 아니라 ‘막힌 사업 구조’에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내 VASP들은 사실상 거래 수수료 외에는 뚜렷한 수익 모델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수탁, 결제, 기관 대상 서비스 등 해외 주요국에서 확대되는 신규 사업 영역이 국내에서는 사실상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 특금법 감독규정은 가상자산사업자의 건전한 재무 상태 요건으로 ‘자기자본 대비 부채총액 비율 200% 이하’를 규정하고 있다. 자기자본이 0 이하일 경우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감독규정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보관 중인 고객 예치금을 부채총액에서 차감하도록 했다. 규정에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보관 중인 이용자의 예치금은 부채총액에서 차감해 계산한다”고 명시돼 있다. 고객 예치금은 거래소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반환해야 하는 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실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주요 거래소는 감사보고서 주석 등을 통해 고객 예치금 규모를 일부 확인할 수 있어 이를 제외한 실질 부채비율 계산이 가능했다. 다만 상당수 중소 사업자는 고객 예치금 규모를 별도 공시하지 않고 있어 실제 부채비율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자본확충 없이는 상당수 사업자가 재신고 기준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강련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자본잠식이나 과도한 부채비율 문제는 유상증자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 사업자의 경우 투자 유치 여건 자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진입 규제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사업자들이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산업 개방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보고서에서 “감독규정이 요구하는 자금세탁방지 업무종사인력 4명 이상 확보, 준법감시인·보고책임자 임명, 독립적 감사체계 구축 등은 오는 8월20일까지 갖춰야 한다”며 “인력 채용과 내부 조직 정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소규모 가상자산사업자는 즉시 준비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신고 불수리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기존 사업자들은 개정 특금법 시행일인 오는 8월20일부터 3개월 이내인 11월20일까지 재신고 절차를 마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육성 없이 규제만 강화되면서 중소 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수탁·결제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을 단계적으로 열어줘야 산업도 성장하고 사업자 재무구조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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