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 기업인 미국 MARA 홀딩스(MARA)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대거 처분하며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격적인 ‘피벗(Pivot·사업 전환)’을 선언했다. 가상자산 시세에 목매던 ‘코인 광부’들이 막대한 전력 인프라를 무기로 AI 데이터 센터 운영사로 변신하는 북미 채굴 업계의 대이동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비트코인 1.5조원어치 처분… 재무 개선과 AI 투자 ‘두 토끼’
13일(현지시각) 가상자산 전문매체 디크립트 등 외신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사 MARA는 올해 1분기 중 보유 중인 비트코인 2만 880개를 매각해 총 15억 달러(약 2조 17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번 매각은 사상 최악의 실적 지표 속에서 단행됐다. MARA의 1분기 순손실은 12억 6000만 달러(약 1조 72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2.4배 급증했다. 매출 역시 18% 감소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MARA는 확보한 현금 중 10억 달러를 즉각 채무 상환에 투입해 부채 규모를 30% 줄이는 동시에, 나머지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실탄으로 재배치했다.
“채굴기 살 돈으로 발전소 산다”… 에너지 주권 확보
시장에서는 MARA가 비트코인 매각 대금 대부분을 ‘에너지원’ 확보에 쏟아붓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MARA는 최근 오하이오주의 505MW(메가와트) 규모 가스 복합화력 발전소인 ‘롱 리지 에너지’를 약 15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단순히 전기를 빌려 쓰던 입장에서 벗어나 전력을 직접 생산·통제함으로써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성능 컴퓨팅(HPC) 데이터 센터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MARA 측은 주주 서한을 통해 “향후 대규모 채굴기(ASIC) 추가 구매를 중단할 예정”이라며 “보유 용량의 90%를 AI 인프라로 즉각 전환할 수 있도록 재편했다”고 밝혔다.
‘코인 광산’의 변신… 북미 채굴사들 AI로 대이동
이러한 흐름은 MARA뿐만이 아니다.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 이후 수익성이 급감하자, 북미 채굴 기업들은 앞다투어 AI 데이터 센터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아이렌(IREN)이다. 이 회사는 이달 초 엔비디아와 34억 달러(약 4조 6600억 원) 규모의 AI 서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단순 채굴 기업을 넘어 고성능 컴퓨팅(HPC)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비트팜은 최근 ‘킬 인프라스트럭처(Keel Infrastructure)’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들은 1분기 1억 45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도 AI 데이터 센터로의 전환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전문가들은 채굴 기업들이 이미 확보한 ‘대규모 전력 수급권’과 ‘냉각 시스템’이 AI 시대의 핵심 자산이 됐다고 분석한다. 빅테크들이 데이터 센터 부지와 전력 확보에 난항을 겪는 사이, 채굴사들이 그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디크립토는 “과거 채굴 기업들이 비트코인 시세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을 했다면, 이제는 확보한 전력을 비트코인 채굴과 AI 연산 중 수익성이 높은 곳에 탄력적으로 배분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업계 표준이 됐다”고 진단했다.
체질 개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MARA 주가는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장중 5% 넘게 하락하며 12.65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체질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한 달간 주가는 32%가량 상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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