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 뉴욕 금융시장이 13일(현지시각) 예상치를 크게 웃돈 생산자물가 지표 충격 속에 요동쳤다.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고 미국 국채 장기물 금리는 지난해 중반 이후 장중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반면 금 가격은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달러 강세 부담 속에 이틀 연속 하락했다.
특히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베이징 정상회담을 주시하며 향후 미중 관계와 중동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분위기였다.
물가 충격에 달러 강세

달러화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 직후 상승폭을 확대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PPI는 전월 대비 1.4% 상승해 2022년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5%를 크게 웃돈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 역시 6.0%로 집계되며 예상치 4.9%를 상회했다.
전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크게 후퇴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대부분 제거했으며 오는 12월 최소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은 35% 수준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 16.3% 수준과 비교하면 급격한 변화다.
이날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달러지수(DXY)는 98.199로 전장 대비 0.216포인트(0.22%) 상승했다. 로이터 집계 기준으로는 0.21% 오른 98.53을 기록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26% 하락한 1.1706달러에 거래됐고 엔화 역시 달러당 157.88엔까지 밀리며 약세를 나타냈다. 위안화도 달러당 6.787위안 수준으로 소폭 하락했다.
브라이언 제이컵슨 애넥스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운송과 유통 비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현재는 기업 마진 부담이 더 크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채금리 상승…10년물 한때 4.50% 돌파

채권시장에서는 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상승했다. 시장은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과 연준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딩뷰 기준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467%로 전장 대비 0.004%포인트(0.09%) 상승 마감했다. 장중에는 4.50%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017%까지 올랐다가 이후 3.985% 수준으로 내려왔다. 다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둘러싼 경계심이 크게 강화된 상태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이날 “물가 압력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역시 “이란 전쟁이 이미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실제 금리 인상 단계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라이언 스위프트 BCA리서치 미국 채권 전략가는 “현재는 에너지 가격 상승의 직접 효과가 나타나는 초기 단계”라며 “임금 상승과 기대인플레이션 확대라는 2차 효과가 확인돼야 연준이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250억달러 규모 30년물 국채 입찰은 다소 부진한 수요를 보였다. 응찰률은 2.30배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값 이틀 연속 하락… “고금리 장기화 부담”

금 가격은 달러 강세와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영향으로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687.310달러로 전장 대비 26.970달러(0.57%) 하락했다. 장중에는 4680달러 부근까지 밀리며 낙폭을 확대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미국 PPI 급등과 CPI 상승으로 시장이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접기 시작하면서 금 가격이 압박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평가되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라는 특성상 상대적 투자 매력이 약화된다. 여기에 인도가 금과 은 수입관세를 기존 6%에서 15%로 인상한 점도 금 수요 둔화 우려를 키웠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여전히 금 가격 하단을 지지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미국 금리와 달러 흐름이 더 강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시진핑 회담 주목…미중 관계 변수 부상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도 주요 변수로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을 포함한 경제 사절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 확대와 무역 갈등 완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도착 전 “이란 전쟁 해결에 중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언급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중동 리스크와 에너지 공급 차질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여전히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글로벌 원유 공급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는 연준 긴축 우려 영향으로 일부 하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1.10달러로 1% 넘게 하락했고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105.65달러로 약 2% 내렸다.
“에너지발 인플레 확산 여부가 핵심”
시장에서는 향후 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의 확산 여부를 지목하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이 단순 원자재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운송·서비스·주거비 등 광범위한 영역으로 전이될 경우 연준은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하반기에는 완화되는 근원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회복으로 달러가 점진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경제 성장 우위와 유럽 정치 리스크가 내년 달러 반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 금융시장은 이날 물가 지표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달러는 강세를 보였고 금리는 상승했으며 금값은 하락했다. 시장은 이제 트럼프·시진핑 회담 결과와 중동 에너지 리스크가 향후 연준 정책 경로를 어떻게 바꿀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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