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기반 세계 최대 예측 시장인 ‘폴리마켓(Polymarket)’이 군 관계자와 정부 관료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불법 거래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정황이 구체적인 실명과 함께 드러났다. 미군 특수부대원과 이스라엘 예비역 군인 등이 작전 기밀을 이용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확인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미 특수부대 상사, ‘마두로 체포’ 기밀로 5억 챙겨
1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폴리마켓 내 1만 1000여 개 계정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최소 80명 이상의 사용자가 내부 정보 이용이 의심되는 수상한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미 육군 특수부대(그린베레) 소속 가논 켄 반 다이크(Gannon Ken Van Dyke) 상사의 범죄 행각이다. 그는 지난 1월 3일 미국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기 직전, 관련 기밀 정보를 입수해 폴리마켓에 접속했다. 당시 마두로가 실각할 확률은 단 7%에 불과했으나, 반 다이크 상사는 ‘퇴진’에 거액을 베팅해 40만 달러(약 5억 9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그는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규제를 피한 것으로 드러나 현재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이스라엘 공습·바이든 사면까지… ‘족집게 베팅’의 비밀
군사 작전뿐만 아니라 정치적 결단도 베팅의 타겟이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동생 제임스 바이든을 사면하기 직전인 지난 1월 20일, 한 사용자는 사면 확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53차례에 걸쳐 2만달러를 베팅했다. 백악관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불과 40분 전 베팅을 마친 이 사용자는 단숨에 20만 달러(약 2억 9000만원)를 벌어들인 뒤 곧바로 자금을 인출해 사라졌다.
이스라엘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월, 이스라엘 당국은 예비역 군인이 이란과 예멘 공습 시기 등 비공개 정보를 공범에게 전달해 폴리마켓에서 1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게 도운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공습 직전 해당 군인은 공범에게 “지금 일어난다(It’s happening now)”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자산 업계 내부 정보도 유출 의심
내부 정보 거래는 정치·군사 영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2월, 한 유명 디지털자산 분석가 계정이 특정 업체의 부정행위를 폭로하겠다고 예고하자, 폴리마켓에는 해당 업체가 어디인지를 두고 베팅이 시작됐다.
익명의 사용자는 폭로 직전 가상자산 거래업체인 ‘액시엄(Axiom)’에 6만 5000달러를 걸었고, 실제로 액시엄이 지목되자 41만 1647달러(약 5억 9000만원)의 수익을 챙겼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조사관은 폭로 전 액시엄 측에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확인돼 정보 유출 의심을 사고 있다.
폭발적으로 커진 시장, 규제는 ‘뒷북’
폴리마켓과 칼시(Kalshi) 등 예측 시장의 월간 거래 대금은 현재 250억 달러(약 38조 원) 규모로, 1년 전보다 10배 이상 폭증했다. 하지만 셰인 코플란 폴리마켓 CEO는 “내부자 거래는 불가피하며, 오히려 시장에 정보를 빨리 반영하는 이점이 있다”는 식의 안이한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마이클 셀리그(Michael Selig) 의장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감시 강화를 약속했으나, VPN과 가상자산을 이용한 은밀한 거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NYT는 “공개된 데이터를 통해 사후 추적은 가능하지만, 내부 정보를 가진 이들이 판을 짜는 예측 시장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