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에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 벽을 넘어섰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투자자들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시작한 결과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 재무부가 실시한 250억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발행 금리는 연 5.046%로 결정됐다. 이는 입찰 직전 시장 거래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국채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했음을 의미한다. 30년물 국채 금리가 5%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이다.
‘오일 쇼크’가 불러온 인플레이션 공포… 국채 수요 ‘뚝’
이번 국채 입찰의 부진은 지난 2월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불거진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주요 물가 지표가 다시 고개를 들자,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 중이다.
실제로 이번 주 앞서 진행된 3년물과 10년물 국채 입찰에서도 수요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투자자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더 높은 고정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2020년 팬데믹 당시 30년물 국채 금리가 1.25%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당시 발행된 저금리 채권은 현재 가치가 반토막 난 상태로 거래되고 있다.
“5%면 매력적” vs “연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5% 돌파를 기점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과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엇갈리고 있다.
스티븐 젱 도이치뱅크 금리 전략가는 “연 5% 금리는 연기금 등 부채 연계 투자자(LDI)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구간”이라며 “이 지점에서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관건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행보에 달려 있다. 젱 전략가는 “현재 시장의 베이스 시나리오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멈추되 인상은 하지 않는 것”이라면서도 “고유가로 인해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삐가 풀린다면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를 다시 그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연준이 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경우, 국채 금리는 현재보다 실질적으로 더 높은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