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가 미국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하지만 취임과 동시에 그는 중동 전쟁발 유가 급등과 끈질긴 인플레이션이라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경계하는 분위기다.
미국 상원은 13일(현지시각)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 인준안을 54대 45로 가결했다. 이날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존 페터먼 상원의원만 공화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워시는 앞으로 4년간 연준 의장직을 수행한다. 앞서 그는 연준 이사직 14년 임기도 승인받았다. 제롬 파월 의장은 오는 15일 의장 임기를 마치지만 연준 이사직은 유지할 예정이다.
워시가 이끄는 새 연준 체제는 출범 직후부터 거센 인플레이션 압박과 맞닥뜨리게 됐다.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6.0%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이 컸다. 앞서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3월 3.3%에서 4월 3.8%로 상승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전체 CPI 상승분의 약 4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과 주거비도 동반 상승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는 야후파이낸스에 “4월 CPI는 워시가 직면한 도전을 보여준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하려면 인플레이션 지표가 훨씬 더 둔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 금리 움직임이 인하만큼 인상 가능성도 있다는 매파 진영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공지능(AI) 발전이 생산성을 높여 물가를 낮추고 금리 인하 여건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관세 역시 일회성 물가 상승 요인으로 봤다.
하지만 중동 전쟁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워시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현재 연준의 핵심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극단값을 제거한 ‘절사 평균(trimmed average)’ 방식 물가 측정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크리스천 플로로 프린시펄자산운용 전략가는 야후파이낸스에 “워시는 현재 연준 인사들보다 인플레이션 지속성을 덜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저 인플레이션 압력이 실제보다 낮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연준 내부 분위기는 점점 매파적으로 변하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끈질기다고 우려했다. 미용실, 잔디관리 같은 서비스 가격은 유가나 관세와 관계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 내에서도 “충격이 반복되면 더 이상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경계론이 커지고 있다.
크리스 월러 연준 이사는 최근 “충격이 연이어 발생하면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며 “기업과 가계가 높은 인플레이션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경고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역시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세, 유가 충격 등이 누적되며 소비자 심리에 인플레이션 체질화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연준 회의에서는 세 명의 위원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에 반대 의견을 냈다. 현재 연준 내부에서는 “다음 움직임이 금리 인상일 수도, 인하일 수도 있다”는 방향으로 정책 문구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월 의장 역시 퇴임 직전 기자회견에서 연준 중심 기조가 “중립적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 유지 가능성을 의미한다.
시장은 올해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20%, 12월 가능성은 30%까지 반영되고 있다.
워시는 청문회에서 “더 혼란스럽고 격렬한 금리 결정 회의가 필요하다”며 “좋은 가족 싸움이 더 나은 결정을 만든다”고 말했다.
다만 만약 워시가 금리 인하를 원하더라도 연준 내부를 설득하지 못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로로 전략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 인하를 원한다는 점에서 워시의 완화적 전환은 연준 독립성 논란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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