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영란은행(BOE)과 유럽중앙은행(ECB) 모두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 속에서 기존의 금리 인하 기조를 사실상 접는 분위기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유럽 경제는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박에 직면했다.
영란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현행 3.75%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중동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각) 공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다수는 BOE가 연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응답자 약 40%는 최소 한 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조사 당시 23%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시장 분위기는 더 매파적이다. 금융시장은 현재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영란은행은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이후 “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경우 강력한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반드시 금리 인상을 예상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내부 균열은 이미 드러났다. 지난달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에서 휴 필 BO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위원들과 달리 금리 인상에 표를 던졌다.
골드만삭스는 로이터통신에 “금융 여건이 이미 긴축적으로 변하고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어 올해 BOE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에너지 가격 압력이 더 강해질 경우 여름 중 두 차례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치 불안도 변수로 떠올랐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최근 지방선거 패배 이후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다. 여기에 국채 금리 상승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영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영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3%까지 상승했다. 로이터통신 조사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올해 4분기 3.6%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BOE 목표치인 2%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유럽중앙은행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로이터통신 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 70명 가운데 59명은 ECB가 오는 6월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2.25%로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4월 ECB 회의 이전까지만 해도 절반 수준에 머물렀던 전망이 급격히 바뀐 결과다.
ECB 내부에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며 유가 상승이 핵심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 대비 5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마틴 볼버그 제너럴리 인베스트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ECB는 필요하다면 언제든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도 “핵심 변수는 에너지 공급 부족이며 이는 경기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옌스 아이젠슈미트 모건스탠리 유럽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ECB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최소 두 차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CB는 현재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유로존 경제 성장률은 올해 상반기 분기 기준 0.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0.8%로 추가 하향 조정됐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글로벌 매크로 책임자는 “2022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판단했던 실수를 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전쟁이 10주 이상 이어지면서 공급망 충격 위험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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