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 가계의 전반적인 재정 상태는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청년층과 저소득층, 흑인 가계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 부담은 여전히 가장 큰 재정 우려로 꼽혔고, 고용시장 둔화 조짐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도 미국 노동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2025 미국 가계 경제 웰빙(Economic Well-Being of U.S. Households in 2025)’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 73%는 “재정적으로 괜찮다”거나 “편안하게 생활한다”고 답했다. 다만 청년층의 취업난과 높은 생활비 부담, 주거·보육 비용 상승은 여전히 미국 가계의 핵심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물가 부담 완화 조짐에도 “최대 고민”
연준은 2025년 미국 가계 경제 상황이 팬데믹 직전보다는 다소 낮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성인의 73%가 재정 상태에 대해 “괜찮다” 또는 “편안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저소득층과 청년층, 흑인 가계에서는 재정 상태 악화가 두드러졌다.
물가 상승은 여전히 미국 가계의 가장 큰 재정 우려였다. 응답자의 90% 이상이 물가 상승을 “주요 우려” 또는 “약간의 우려”라고 답했다. 다만 “매우 큰 우려”라고 답한 비율은 전년 대비 3%포인트 감소했다.
가격 상승으로 재정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한 비율은 58%였다. 이는 2023년 65%, 2024년 60%에서 소폭 낮아진 수치다. 응답자 다수는 생활비 절감을 위해 더 저렴한 상품 구매, 소비 축소, 대형 지출 연기 등의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청년층 취업난 심화…AI 사용 급증
노동시장에서는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연준은 해고 증가와 자발적 퇴사 감소, 신규 채용 감소 등을 근거로 “견조하지만 약화되는 고용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청년층의 어려움이 두드러졌다. 30세 미만 청년 가운데 15%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일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4년보다 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승진과 임금 인상 경험도 감소했다. 2025년 근로자의 50%만이 승진이나 임금 인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2022년보다 3%포인트 낮다.
반면 생성형 AI 사용은 빠르게 확대됐다. 전체 근로자의 25%가 최근 한 달 동안 업무에 생성형 AI를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대학원 학위 보유자의 AI 사용률은 43%로, 고졸 이하 근로자(10%)보다 4배 이상 높았다.
AI 사용자의 81%는 “업무 시간을 절약한다”고 답했다. 다만 청년층과 장애인 근로자 사이에서는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부모와 함께 산다” 청년 절반 육박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은 미국 청년들의 거주 형태도 바꾸고 있다. 30세 미만 청년의 49%는 부모와 함께 거주한다고 답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1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보육비 부담 역시 심각했다. 13세 미만 자녀를 둔 가구 가운데 유료 보육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25%였다. 보육비를 지출하는 가구의 월평균 보육비는 1083달러로 집계됐다. 주거비 중앙값인 1900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여성의 돌봄 부담도 여전히 컸다. 맞벌이 가정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주 양육자” 역할을 맡고 있다고 답했다.
신용카드 부채·렌트 체납 증가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히 광범위했다. 전체 성인의 16%는 지난달 모든 청구서를 제때 납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8%는 가족 구성원이 “충분한 음식을 먹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신용카드 부채도 늘었다. 연준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계층일수록 신용카드 미결제 잔액 증가폭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고 답한 계층에서는 평균 카드 미결제 잔액이 2023년 이후 35% 이상 증가했다.
주거비 부담 역시 커졌다. 임차인의 23%는 지난 1년 동안 임대료를 연체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1년보다 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주택 보험료 부담도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주택 소유자의 14%는 보험료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6%는 비용 부담 때문에 아예 주택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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